<제 블방 손님이신 백야님의 손녀랍니다>
<이원영교수의 열린 유아교육법>
손자, 손녀 섭섭해도 잘 돌봐주세요
며느리가 뒤늦게 치과대학에 입학하는 바람에 쌍둥이 손자를 대신 양육한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헌신적이어서 친구들 모임에 나오지도 않고 집에서 아이들만 키웠다. 아이들이 잘못 자라면 아들과 며느리의 마음이 아플 거라며 아이들과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찾아서 했다. 쌍둥이여서 이동이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온갖 전시회며 아동극을 보러 다녔다. 마음껏 뒹굴며 움직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쌍둥이라 말이 느릴 것을 염려해 아이들과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유아교육 전문가로서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할 정도였다. 방학이 되어 아들 내외와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쌍둥이들이 할머니도 같이 갈까봐 전전긍긍하더란다.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해 “그런데 할머니는 누구하고 앉아 가나?”했더니 두 아이가 모두 펄쩍 뛰며 “할머니는 안 가는 거야”라고 말했단다.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 분석해 보니 아이들은 ‘엄마가 집에 없는 것은 할머니가 집에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없으면 우리 엄마가 집에서 우리를 돌보게 될 거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짐작됐다. 그러니 아이들로선 제주도에 할머니가 가면 엄마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큰 희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며느리건 딸이건 아이들을 맡길 때는 아쉬운 소리를 다하지만 어머니가 힘든 생각은 하지 않고, 아이들은 자기 혼자 자란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히 현실은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부모 세대들은 손자·손녀 양육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시시때때로 아이들이 섭섭하게 해도 아이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이해하면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아이들의 생각을 오해하지 말고 정말 아이들을 사랑해 주자.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4학년만 돼도 할머니, 할아버지 아니 엄마, 아빠보다는 친구를 더 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랑에도 때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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