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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고향 거문도

작가 "한창훈"의 소설 - 나는 여기가 좋다

by 삼도갈매기 2009. 2. 5.

 


 

 

바다와 섬 언저리 삶을 소재로 갯내음 물씬 풍기는 작품을 선보여 온

소설가 한창훈씨는 여수에서 뱃길로 2시간쯤 들어가는 거문도에 살며 한국의 해양문학을 꿈꾼다.  

작가 한창훈(46)씨가 다섯 번째 소설집 『나는 여기가 좋다』(문학동네)를 펴냈다.

『청춘가를 불러요』 이후 4년 만이다.

출세작인 장편소설 『홍합』 등 한씨의 전작들이 보여준 매력은 고단함을 넘어 신산스럽기까지 한

바닷가 삶을 남도 특유의 의뭉스러운 사투리 속에 해학적으로 담아낸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종종 배꼽잡게 만들면서도 담고 있는 인생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소설적 재미와 등장인물의 성격 구축을 위해 사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작고한

소설가 이문구의 영향이 거론되기도 했다.

8편이 담긴 이번 소설집 역시 바닷가 삶이라는 소재에서 멀리 나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해학과 유머는 오히려 짙어진 느낌이다.

‘올 라인 네코’는 어찌어찌하다 외딴 섬 티켓 다방으로까지 흘러든 미정이 스토커처럼 끈질기게

구애하는 섬사람 용철과 결국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사단은 여관에서 ‘보수 없이’ 사랑을 나눈 후 새벽에 빠져나오던 미정이 파출소장에게 적발되면서

시작된다. 소장은 매춘을 의심해 미정을 심문한다. 소설은 ‘중앙’에서 ‘성전(性戰)’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범국가적으로 번진 매춘 금지 캠페인이 통제력 약한 ‘지방’에서 어떤 촌극을 빚는지를 은근히 비꼬고 있다.

그런 삐딱함보다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천연덕스러운 사투리 문장과 비유의 재미다.

우연찮게 미정을 적발한 소장의 심리 상태를 두고 한씨는 “소장은 역시나 똥 누러 왔다가 알밤 주웠다는 표정이었다”라고 표현한다.

미정이 성을 판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이라고 답하는 대목 뒤에 한씨는 이런 문장을 이어 붙인다.

“소장은 순간 전진에 전진을 거듭하던 돌격대가 낭떠러지를 만난 듯한 얼굴로 변했다. ‘뭐, 뭐시여, 사아랑?’”

전하는 메시지가 다양한 점도 흥미롭다.

‘바람이 전하는 말’은 함께 바다에 나갔다가 목숨을 잃은 친구에게

40년 만에 사죄하는 노인 목소리를 빌려 뭍 사람과 바다 생물 사이의 넘어설 수 없는 간격을 말한다.

표제작인 ‘나는 여기가 좋다’는 바닷가 이야기만 고집하는 데 대한 한씨 스스로의 변명으로도 읽힌다.

“바다를 사랑하느냐”는 아내의 질문에 쉽게 대답 못하는 선장을 통해 오히려 곡진한 바다 사랑을 이야기한다.

한창훈씨는 3년 전부터 고향 거문도에 칩거하며 작품을 쓰고 있다. 여수에서 뱃길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섬이다.

그는 “경제적인 문제는 사람의 삶에 필수적인 조건 중 하나일 텐데 종교처럼 떠받들어지는 것 같다”며

“중앙 아닌 지방의 섬 사람들 얘기로 그런 세태를 중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 끝 -

 

(* 추신 ; 소설가 "한창훈"씨는 거문도 덕촌리가 외가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