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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섬 가는 길에 만난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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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마음을 두고 온 모양이다. 가는 곳마다 마음을 빼앗기긴 했지만, 그곳은 마음으로 달리 느낀다. 마음에 감정들을 분류하는 폴더가 있다면, 그곳은 독립된 상위폴더에 기억해 두고픈 곳이 되었다.
빗방울이 흩뿌리는 이른 아침, 소매물도 선착장에 한 발 내딛었을 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매물도는 지금껏 내가 만나온 섬들과 많이도 달랐다. 뿌연 안개에 휩싸인 망태봉 아래, 비탈진 산기슭에 얹혀 있는 스무 채 가량의 작은 집들은 처음 보는 순간엔 눈물이 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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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박집에서 내려다본 마을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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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가지런히 쌓고 흙을 발라 지은 집들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웠고, 두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비좁은 길은 구불구불 집과 집 사이를 잇고 있었다.
도시적인 개념의 단장이라곤 어느 곳에도 없었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오래된 것, 변하지 않은 것, 그러면서도 따뜻한 것을 보면 왠지 마음이 기울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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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할매 민박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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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들, 돌담들이 다닥다닥한 골목길에 한참을 서 있다가 "민박 들라나~"하시던 제주할매를 따라 집으로 갔다. 할머니 웃는 얼굴이 너무 푸근해서 그냥 따라가고 싶었다.
할머니가 내주신 방은 지금껏 내가 묵어본 어떤 방보다 운치가 있었다. 지붕도 낮고 벽도 바닥도 조금씩 울퉁불퉁했지만 그래서 더 포근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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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하우스에서 만난 수국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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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에는 바닥 가까이 높이에 바다로 뻥 뚫린 창이 하나 나 있었는데, 비탈진 마을의 지형에서 그 창은 마을과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살면서 어디서 이런 창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네모 반듯하지도 않고, 창틀도 없고, 덮개 같은 문은 위로 젖혀져 있고, 파란 모기장이 붙박혀 있는 그 창 앞에 무릎을 모으고 앉으면 바깥 풍경들이 고스란히 마음 속으로 들어앉는 것 같았다. 아마 그 방에, 그 창 가까이에 마음을 두고 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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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같은 등대섬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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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있는 쪽의 소매물도는 아담하고 옹기종기했다. 섬 전체가 작은 동산 하나처럼 생겼는데 마을 꼭대기에서 좁은 오솔길을 따라 정상인 망태봉 쪽으로 30분쯤 올라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정상 가까이 평평한 곳에는 폐교된 작은 학교가 하나 있는데 그곳은 단체 여행객들을 위한 숙소로 개조되어 있었다. 수국이 탐스럽게 무더기져 있고, 봉숭아가 빨갛게 피어 있었다. 너무 더워서 물을 얻으려고 들어갔었는데, 주인 아저씨가 시원한 물을 푸짐히도 나눠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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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 부럽지 않은 염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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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수풀을 헤치듯 오솔길을 따라가니 곧 망태봉이 나타났다. 봉우리 아래로는 초록빛 구릉이 부드럽게 펼쳐져 있고, 그 유명한 등대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록으로 뒤덮인 소복한 섬의 꼭대기에 하얀 등대가 그림처럼 서 있었다. 사진이나 화면으로 볼 때보다 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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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두 번 갈라지는 모세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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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섬으로 가려면 비탈진 구릉을 내려가야 하는데 경사가 심한데도 별로 힘이 들지는 않았다. 바위들이 곳곳에 심어져 있어서 그걸 밟고 내려가면 되게 길이 나 있었다.
방목되는 염소들이 바위에 느긋하게 널브러져 있다가 내가 다가가면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서둘러 길을 내주었다. 저 바위 위에서 푸른 들 같은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염소들은 참, 무슨 생각을 할지. 가끔 그 염소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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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섬엔 야생화와 나비가 지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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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아래까지 내려오니 물길이 갈라져 있었다. 바다와 바다 사이에 드러난 몽돌길은 하루 두 번, 서너 시간씩 열려서 '모세의 길'로 불린다. 낮시간 동안 요즘은 10시쯤부터 열린다.
등대섬은 야생화와 나비가 지천이었다. 어디에 주저앉아도 바다가 펼쳐지는 섬에 오니 마음이 탁 풀렸다. 아침마다 울려대는 알람도, 출퇴근길 북적거리는 지하철도, 사건사고가 넘치는 신문도, 그저 먼 얘기처럼 생각되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소매물도가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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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섬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옛날(84년도에) 소매물도에서 살았습니다
4개월을 꿈처럼 지내며 살았었는데.......이곳을보니 다시 가고 싶습니다,
윤경씨 그때 고생많이 했었지??
시골에 살아본적이 없이 나무에 불 붙여서
아궁이에 군불 때는게 얼마나 힘들었겠어?.......연기가 매워서 울고,
이렇게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가 슬퍼서 울고.....윤경씨 많이 울었지?
왠 모기들은 그렇게 많은지....화장실에선 볼일 보는것 보다
모기 쫓는일이 더 급했으니???
등대가는 곳에서 주먹만한 고동 잡았던 추억,
장대에 낚시바늘 묶어 바닷가에 있던 새까만 "군소" 잡았던 추억들...
이틀을 먹어도 다 못 먹었던 너무도 큰 문어와
아침, 점심, 저녁 3끼를 "망상어 회"(망상어 새끼)로 배 채웠던 기억들.....
윤경씨 우리 그곳에 살때... 아름다운 섬 "홍도" 에도 갔었지??
소매물도 에서 조그마한 유선을타고 1시간정도........
5월달이였을거야.....그렇게 많은 "괭이갈매기" 우린 처음 보았지?
천연기념물인 괭이갈매기 알을 훔칠때 무섭게 공격하던
갈매기의 모성애에 감탄을하면서...그래도 훔쳐서 삶아 먹었던 기억들....
사진속을 보니 "영아내"집도 보이고, 우리가 지냈던 양철지붕의 집도 보이던데
윤경씨!!...우리의 추억이 서려있는 소매물도에 다시한번 갑시다
가서 이틀만 자고... 많이 늙으셨을 영아내 아주머니 잘 계시나 꼮 보고 옵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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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물도 여행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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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물도에 가려면..통영 여객선터미널(055-645-3717)에서 하루 두 번 배가 있다. 오전 7시, 오후 2시에 출항하고 오전 8시 40분, 오후 3시 40분에 돌아 나온다. 주말과 휴일에는 오전 11시에 한 번 더 있다.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숙박 및 식사는..소매물도에는 보통 여행지처럼 콘도나 여관 등의 숙박업소는 없다. 주민들의 민박집에 방을 얻어 묵을 수 있는데, 작고 허름해 보여도 깨끗하고 운치가 있다. 물 사정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간단한 샤워 정도는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그리고 소매물도에는 식당이나 슈퍼가 없어서 식기나 음식물은 모두 준비해가야 한다. 선창에서 해녀들이 잡아온 해산물을 즉석에서 썰어 팔고, 전화를 걸면 물이나 음료수를 파는 구멍가게를 잠깐 열어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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