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이야기/웃고 삽시다
어느 남정네의 일상
by 삼도갈매기
2007. 2. 9.
내가 아내와 결혼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눈에 꽁깍지가 씌워서 그랬는지
아내 눈이 넘 아름다워서였다.
쌍커풀이 없는 눈인데도 얼핏 보면
있는것처럼 보이는 호수같은 맑은 눈이였다.
그런데 그 눈이 요즘 이상하게 변해버렸다.
귀에다 귀걸이를 한 것처럼
눈에다 눈고리를 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왜 무서워졌을까...?
그 눈에 그 안경인데....?
아내의 호수눈은 어느날 갑자기 도끼눈이 되었다.
아! 무셔!!...
아내의 도끼눈에 찍히면
그 후유증으로 며칠이 불편하고 괴롭다.
아내의 도끼눈 싸인은 바로 레드카드다.
도끼눈이 뜨기전에 토껴야한다.
그래도 평상시
평일이면 평화로운 초원이다.
내가 항상 젤 늦게 일어나서
기어나갔다가 젤 늦게 기들어온다.
그래서 만날 수 있는 확률과 시간을 최소화 시킨다.
이상하리만치 일찍 일어나는 나는
평화를 위해 딸들에게 항상 주의를 시켰다.
해가 중천에 뜨더라도
니 엄마 도끼눈은 뜨게 하지 말라고...
오늘 같은 일요일 한 낮이면 그래도
도끼눈을 가진 사자가 잠만 자면
평화와 여유가 숨쉬는 초원이다....
그러다가...
내 아내가 깨면 생태계는 금방 요동을 친다.
나는 얼른 침대밑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오늘 아내는 어제 무슨 모임에 나가서
술 한잔 거나하게 하고 오셨기 때문에
그리쉽게 일어나진 못할 것이라 예상하며
내 영역을 오줌싸듯이 슬슬 넓혀 나간다.
아내 친구중에 아내심정을 잘 아내아내하며..
아내에게 술을 잘 사주는 친구가 있는데
난, 그 아내친구에게
이 자리를 빌어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
심정 같아서는 노벨평화상이라도 주고 싶다.
누군 주말에 술을 안마셨겠는가...
노래 들으며 컴을 하다가 배도 고프니
살살 혼자 밥도 잘 먹는 것을
온 세상에게 보여 줘야 하기 때문에
난닝구 바람에 주방으로 기어나와
냉장고에 있는것 모다 꺼내놓고
차분하게 아침겸 점심의 만찬을 즐긴다.
디져트를 더 디지게 좋아하는 나로서는
커피는 국수 먹고도 마신다.
그도 자판기 커피가 젤 마시고 싶어....
바람도 쏘일 겸 자판기 찾아 삼만리....
큰길까지 나와서 커피를 뽑는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거의 뽑고 있는데
건널목 신호등에 파란 불이 들어 오자나.
그래서 얼른 커피를 빼들고 달려 건너다
그만 밝은 윗옷에 커피를 쏟고 말았지 뭐야..
집에 와서, 곧바로 목욕탕으로 직행해
옷의 얼룩을 못쓰는 칫솔로 욜시미 닦고 있었지...
쓸 데없는 눈치나 빠른 울 마눌...
이미 뭣을 감지했는지
어느새 목욕탕 문을 확 열어 제끼고는
지가 무슨 총도 안찬 크린트이스우트처럼
쳐다보고 있는거야..
난 될 수 있는 한 쫄은 표정으로
"얼룩이 잘 안져서....."
안빠진다고 어케 해야 하냐고 물었지....
얼룩은 반쯤은 지워진 것 같기도 하고
거의 그대로 있는 거 같기도 하지만 이런 때는
잘못했다고 빌면 기가 살아 더 야단을 맞으니까
최대한 뻔하게 버텨야 한다.
그러면서, 눈을 내리깔고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으면
어느덧 지친 마눌은
"egg 잘 빠졌다!"하고 문을 닫아버린다....
하지만, 문이 닫히는 소리가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다면서...
이 정도면 개안타는 것인가?
아니면, 계란으로 빨아야 잘 빠진다는 것인가?
에라 몰것다 빨래통에 슬쩍 던져놓고는 자리를 뜬다.
그리고, 그 뒤 몇시간은 빨래커녕 빨대소리도 하질 않는다.
사람은 잊질 못하면 살 수가 없다.
배부르고 등따시면 뭐가 바랄 게 있겠는가...
한적하게 또 음악이나 들으며 컴에 앉아서
밥이 나오나 쌀이 나오나 두드리다가 그도 시큰퉁해지면...
나른한 오침을 따땃한 아룻목에서
비상나팔소리......
아! 아내의 호출이 왔다.
갑자기 가심이 철렁하며 잠시 어지러웠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책잡힐 일이 또 모 있었나 생각했다.
별 일은 없을 것 같은데도 왜 이리 쫄다드노...
간이 콩알만하다못해...콩가루집안이 되는갑다...ㅎ
허나, 항상 예상은 빗나가듯이 맥빠지는 이야길 한다.
생필품이 다 떨어졌다고 한다.
쌀도 없고, 머도 없고, 없는 것 투성이란다.
다른 가슴이 철렁 또 내려 앉았다.
꿈쩍하면 돈이라 숨도 제대로 못쉬고 있는 형편인데
아내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에 갑자기 공기가 탁해서 헥헥거린다.
"차라리 날 죽여라!" 이케 말하고 싶었지만
진짜 죽일라고 대들면 또 어쩌나....
말 그대로 생필품이 떨어졌다는데 어쩌겠는가.
쌀, 라면, 비누, 칫솔, 화장지 등등....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집앞에 있는 마트에 갔다.
이것 저것 사는데 싼 쪽으로 계속 유도를 했다.
하지만 아내는 유독 나에게만
치약사는데서부터 치사하게 약을 올리더니..
쌀사는데도 쌀쌀맞고..
라면 사는데도 사라면 사지 말이 많댄다..
사람이 왜사나...삶이 사는거냐...
물건이 필요해서 사나?
그냥 살지는 못하나?
목숨이 있으니 사나?
사람이 사는데....물건을 사야하고...
물건을 사는데 사람이 피곤하다.
삶이 그대를 염장지를 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지만...
나는 사람인지라...
사람이 그대를 염장지를 때는 슬프고 노엽다.
땀을 흘리며 열심히 운동을 해도 안 피곤하지만
피곤한 사람과는 같이 옆에만 있어도
숨도 못쉬고 피곤하다.
싼 것이 나쁘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그래서 내 팬티는 값이 싼 중국산 팬티로 샀다.
남자용 면팬티가 여자것처럼 10개가 담겨
포장되어 있었는데
가격을 보니 국산 반값도 안되게 무척 싸서 샀다.
기능면에서 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사용자는 나니까 내가 욱여서 샀다..
암말 없기로 하고..
그 것은 여자것처럼 앞이 밋밋하고,
구멍이 없었다.
기능은 무슨 얼어 죽을 기능...ㅎ
입어보니 증말 개안터라...
오히려 단순하니 더 좋드라..
그런데 우려했던 돌발사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팬티 10개중에 단색으로 흰색 하나와
뭔색이 있는지 색이 있으나 마나 한 색이 있는 것
두개가 있었는데, 빨래를 해서 걷다보면
딸들이 누구 팬틴지 헷깔리는 모양이다.
그래서 아내팬티는 내 옷서랍에 넣고
내 팬티는 아내 옷서랍에 넣었던가 보다
나도 무심코 팬티를 들고 목욕탕에 가서
옷을 갈아 입으면 우째 좀 이상해서
다시 벗어놓고 내팬티 돌려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헤깔리는 팬티 3장!
그래서 아예 매직으로 히프쪽에 커다랗게
'아빠'라고 적어놨다...더이상 안 헤깔리게..
울 딸들이 빨래를 개다가
'아빠'라고 적어 논 내 팬티만 보이면
하늘에 올려보고 또 웃는다.
바람에 펄럭이는 것이 태극기만 있겠는가..
오늘도 옥상 빨랫줄에는
내 팬티가 깃발처럼 힘차게 펄럭거리고 있었다.
그것도 나란히 3개씩이나.... 빙고였다.
요동치는 팬티를 보면서
마치 금방 잡아올린 생선의 싱싱함처럼
힘차고, 시원하고, 활기차게 보여 기분이 금방 좋아졌다.
그래서, 나는 중국산 팬티가 좋다.
팬티를 또 사게되면 다음 번에도
중국산 팬티를 꼭 사야겠다고 맘먹었다......고
일기를 써 놓고 싶다.
이것은 순전한 나만의 생각일까?
아무런 걱정이란 하덜 말라고..
부끄럽고, 가슴 두근거리게 했던 내 앤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가버린거야..?...
이젠 정말 꼬꾸라지는 나이로..
혀 꼬부라지는 소리로
한 말을 또 하면서
왠수같지 않은 웬수가 되어서
꼴까닥 거리고만 인나바..
한심한 인생도 내 인생인데...
이 수습이 어찌해서 어케 될런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