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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고향 거문도

거문도에서 보낸 누님의 선물

by 삼도갈매기 2009. 11. 19.

 

2009. 11. 18.

아침 일찍 전화벨이 울린다

깜짝놀라 눈을 부비며 전화를 받으니

택배아재의 우렁찬 목소리가 잠을 깨운다

 

"오전중에 택배가 갈테니 꼼짝하지 마이소?"

 

 

오전 11;00 경에 배달된 택배모습

누가 나에게 택배를 보낼사람이 있겠는가?

고향(거문도)에 살며,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하는 내 누님께서 보낸 소포였다

커다란 아이스박스에 가득차 있는 고향선물들을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들춰내 본다

  

 

 

거문도에서 잡힌 싱싱한 삼치(사진 위)

2Kg은 족히 될만한 큼직한 삼치였으며 회 쳐서 먹을수 있도록

창자도 다듬어져 있었고 적당하게 냉동되어 점심때 먹으면 좋을듯하다

 

귀버섯(학명 ; 목이(木耳)버섯 - 사진 아래)

냉동된 모습이니 생소하게 보이겠지만

고향에선 이녀석을 귀버섯이라고 부른다

사람의 귀처럼 말랑말랑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요리하여 씹으면 오돌오돌하게 씹히는 맛이 달콤하며, 버섯중에 상급인 버섯이다

 

 

 

삶아서 보낸 고동(사진 위)

고향 바닷가 바위에 붙어 사는 고동으로 큼직한 돌을 들춰내면

한군데 오롯이 모여 있기도 하고, 밤에는 횟불을 이용하여 잡기도 하는 고동

삶아서 보냈으니 뾰쪽한 철사로 빙빙 돌려 까먹으면 꼬리까지 나오는 맛있는 고동이다.

 

문어, 소라, 홍합을 삶아 말려서 만든 반찬(사진 아래)

맥주나 막걸리 한잔할때 최고의 안주이며 깨소금까지 뿌려져 있어

그냥 입에 물고 오몰오물했더니 고향의 바닷내음이 풍기는게 제사음식을 먹는 기분이다 

 

 

 

냉동된 문어와 돌홍합모습(사진 위)

살아있는 문어(좌측)와 고향 바닷가에 채취한 돌홍합(우측)을 냉동하여 보냈다

지난번 자갈치 시장에서 돌홍합 1개에 2,000원을 주고 사 먹었으니...4~50마리는 되는것 같다

 

약간 말린 삼치와 농어(사진 아래)

햇볕과 바람에 말려 꼬들꼬들해진 농어와 삼치고기

쌀 뜨물과 함께 국을 끓여도 되고...그냥 쪄서 먹어도 되는 마른고기 몇마리

 

 

 

멸치액젓(사진 위)

거문도는 멸치가 많이 잡힌다

멸치는 다른고기의 먹이감이니

멸치를 먹이로하는 갈치나 삼치까지 많이 잡히기도 한다

거문도 멸치액젓으로 반찬을 만들어 먹어보면 다른 액젓은 거들떠 보지않는다고 한다.

 

 

점심때는 닥아오고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했으니....ㅎ

냉동된 삼치 반토막을 썰어 쓱싹쓱싹 포를 떠서

접시에 담아보니 회 뜨는 솜씨는 별로지만 최고의 삼치회로 탄생된 모습(사진 위)

 

삶아서 보낸 고동이니 먹을 만큼 까 보았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무우채를 썰어서 고추장에 비벼

고소한 참기름 쳐서 먹으면 더욱더 그 맛을 느낄수가 있다고 한다(사진 아래)

 

  

고향에서 보낸 선물로 차린 점심메뉴(사진 아래)

컵에 노랗게 담긴것은 금년 봄에 직접 집에서 만든 "매실주"

삼치회는 고추냉이(일명 ; 와사비)와 함께 먹으면 최고의 맛을 느낄수 있지만

사진에서 보듯이 익은 김치에 싸서 먹으면 더욱 맛있다는것은 아는분들은 다들 알고 있다

 

오늘 받은 삼치를 반토막 내어 썰었더니

두접시가 만들어져 아내랑 함께 삼치눈 감기듯 먹어 지웠다...ㅎ

나머지 반 토막은 내일쯤 먹을까?....아님 오늘저녁에 해치워 버릴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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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고향 찾아 갔을때 누님이 나에게 준 선물이 오늘 도착하였다 

고향 떠날때 주위에서 준 선물이 많아 끌고, 메고, 짊어지고, 머리에 얹고 

부산으로 돌아오는게 만만찮아서 누님 선물은 택배로 보내 달라고 하였더니...

 

누님 두분이 고향에서 살고 계신다

큰누님은 연세가 많으셔서 연로하시고, 작은 누님은 나보다 두살 더 위이니

아직은 한창때지만, 유감스럽게 매형이 일찍 돌아가셔서 외롭게 사는 분이다

혼자 살아가기도 힘들면서 부산에 살고 있는 우리가족을 끔찍히도 사랑하시며

계절이 바뀔때마다 고향의 특산품을 한아름 보내주시니 늘 감사할 뿐이다 

어린시절 부산에서 어렵게 공부할때 부터 누님은 나에게 각별하셨던 분이였다

 

그 누님을 생각할때 마다.....나는 22년전에 세상떠난 매형을 가끔 생각해 본다

운동을 무던히도 좋아 하다보니 다른 사람에겐 우락부락하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나에겐 자상하였고 또한 내가하는 일이라면 가리지않고 아낌없이 챙겨 주셨으니

그 분이 지금까지 살아 계셨더라면 누님에게도 좋았겠지만 처남인 나에게도

커다란 힘이 되어줄 분이셨으니 아마도 내 인생 스토리(이야기)가 지금 보다는

훨씬 좋은 방향으로 많이 변했을것 같은 아쉬운 생각이다

가슴아픈 이야기 길게 써 본들...누가 알아주겠나?...ㅠㅠ

 

"누님...아무튼 고맙습니다, 잘 먹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