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고향 거문도
거문도가 낳은 소설가 "한창훈"
by 삼도갈매기
2007. 2. 7.
돌산대교님 카페에서 양해도 없이 사진을 훔쳐왔습니다
예술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덥수룩하게 머리와 수염을 기르나 봅니다
소설가 한 창 훈 씨.....
거문도 동도(죽촌)에서 태어나서....
동도초등학교 4학년때 육지로 전학을 갔다고 하며
이분 외가댁이 거문도 덕촌리(남@@댁) 이며
지금은 거문도에서 멋진작품을 구상중이라고 합니다
조그만한 섬 마을에서 태어나서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으니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2007년도 이상문학수상집에 한창훈씨 소설이 실려있으니
책을 구입하셔서 이분의 내면세계를 함께 보도록 하세요
다른 사진을 더 보시려면
돌산대교 카페 http://cafe.daum.net/dsdgdsdg
<위 주소를 클릭하시면 카페로 바로 갑니다>
한창훈씨의 애창곡 : TV를 보면서(노래:최성수)
그분의 팬이라시는분이 음악을 보내왔습니다....참 별일이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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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내가 꼼짝없이 술 먹게 된 이유(한창훈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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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당신은 무조건 나한테 술을 한잔 사야 한다니까. 들어 보면 알어. 간혹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당신 얼굴 나오길래 아까 난 한눈에 알아봤지. 한 십오 년 정도 된 거 같은데 저기 대전 신시가지 주공아파트 공사할 때. 흐흐, 이젠 알아보시는구먼. 지금까지 목수 짓으로 먹고 살고 있소. 암튼 반갑소.
내가 왜 당신을 만나고 싶었고 술 한잔 받아먹어야 하는지 이제 말하리다. 그때 그 현장 간조날 술 마시면서 고향 섬 이야기 한 거 기억나시오? 낚시며 절벽 풍경이며 바다 색이며 하여간 얼마나 생생하게 이야기를 하던지, 뭐 그래서 작가가 되셨는지 모르겠소만, 순전히 그 이야기 때문에 그해 여름 친구 둘 꼬셔 당신 고향 섬엘 갔었소.
한잔 더 따라 보시오.
제대로 바다 본 적이 없는 나한테는 당신 이야기가 환상적이었소. 그래서 무조건 가본 거요. 멀긴 멉디다. 밤 기차 타고 간 여수에서 배 타고도 다섯 시간을 들어갔으니. 젠장, 바다 너머 그렇게 먼 곳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도
놀랄 일입디다. 그냥 놀았소.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도 하고 낚시도 하고.
붕어 낚시 몇 번 해본 것이 다인 솜씨로 뭘 제대로 했겠소만 그 뭐요? 맞소 보리멸, 그게 뭅디다. 우리도 낚시 한번 해보자고 싸구려 낚시대 하나 사고 지렁이도 사고 해서
던져봤더니 잘도 뭅디다. 한 삼십 마리 낚었나? 근데, 잡기는 했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지나가는 사람들 다 주고 말았소.
버는 대로 먹어버리던 노총각 때라서 여관 잡아놓고 날마다 식당으로
술집으로 돌아다녔소. 마지막 날엔 올라갈 경비만 빼고 다 마셔버렸는데, 아 제기랄, 다음날 배가 안 뜬다지 뭐요. 폭풍이라나 뭐라나. 아주 돌아버리겄습디다. 예보가 있었다지만 우리야 경험이 있었어야지 어디. 배는 늘 뜨는 것인 줄만 알았지 뭐요.
그때부터 한 고생은 말도 못하요. 지금처럼 핸드폰이나 카드가 있는 것도 아니잖소. 내리 사흘 바람 불고 비가 오는데. 허 참, 웃지 마시오. 비상금으로 밥 두 끼 사먹고 나니 아주 알짜 거지가 되어버렸소. 결국 해수욕장에서 누가 버리고 간 찢어진 텐트랑 각목이랑
나이롱 끈을 주워 비 피할 곳은 만들었소. 그래도 내가 명색이 목수잖소.
혹시 귀 간지럽지 않았소? 친구놈들은 이 세상 있는 욕이랑 욕은 모두 모아서 나한테 하고 나는 그 욕을 고스란히 당신한테 했는데. 욕이 그렇게 많은지 우리도 놀랐소. 아마 그때 했던 욕대로만 한다면 당신은 물론 섬사람들도 모두 죽고
섬도 깨져서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을 거요.
돈 떨어지니까 사람 행색 변하는 것은 한순간입디다. 당신 이름 석자나 제대로 알았다면 친척이라도 찾아내서
들러붙든지 할 텐데 그것도 안 되고, 육지에서 놀던 버릇대로 강짜를 놓자니 잘못하면 천리 타향 낯선 곳에서
얻어터지기 쉽겠고 해서 빗물 받아 마시며 지냈소.
비는 끝이 없고 바람과 파도는 또 왜 그렇게 무섭게 치던지. 아주 지옥입디다. 잘하면 그대로 죽어 물고기 밥이 되겠습디다. 날이 그러니 낚시도 못하고. 자, 왜 술 사야 하는지 이해돼요?
아줌마, 여기 한 병 더.
몇 끼 굶으니 헛것이 다 뵙디다. 나중에는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낚싯대 들고 가서 식당 주인한테 사정을 했소. 주인이 웃더니 공짜로 밥을 줍디다. 그 낚싯대 지금도 있소. 흐흐.
그런데 말이요, 밥 얻어먹던 날 밤에 바람이 자는데, 바다 위로 달이 뜨는데, 맑고 밝기가 한정이 없습디다. 은빛 물결이 수평선까지 춤을 추고 달빛 조명 받은 바위섬이 그림 같아 아주 돌아버리게 아름답습디다. 완전히 딴 세상입디다. 우리들은 멍하니 그 풍경만 바라보았소. 은하수를 본 것도 아주 오랜만이었소. 결국 우리는 알몸으로 밤바다에 뛰어들었지 뭐요.
친구들이 꼭 다시 오자, 이럽디다. 그 덕에 사람들한테 바다에 대해 해줄 말이 생긴 거요. 한번 다시 간다 간다 해놓고서 몸 팔아 먹고 사는 신세라 못 갔지만 마누라 (자식들) 손잡고 올여름 꼭 한번 가볼 생각이요. 내가 본 여름 바다를 보여주고 싶소.
그래서 이 차는 내가 살 거요. 오늘 정말 걸렸소. 자 이차 갑시다. 일어서시오.
<위 글을 보내주신 돌산대교카페 줜장 고마우이...ㅎ>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