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전 국회의원들의 한심한 직무유기 탓에 부결된 국민연금법 정부 측 개정안에는 이혼한 남녀의 재혼을 성원(?)하는 조항도 들어 있었다. 이혼한 배우자에게 지급되는 분할(分割)연금을 재혼해도 계속 지급하도록 한 조항이다. 현행법에선 재혼하면 분할연금을 받을 수 없다. 올해 2월 현재 분할연금을 받는 이는 958명. 최고액이 월 41만6170원, 최저액은 3만4780원이다. 일본의 '노령후생연금 분할제'는 이달 1일 시작됐다. 이 제도는 2003년에 확정, 예고된 것이다. 신기하게도 매년 늘던 일본의 이혼율이 바로 2003년부터 줄기 시작했다(표 참조). 특히 결혼생활 25~30년의 중.노년층 이혼은 이 기간에 무려 21%나 줄었다. 다른 연령층의 두 배다. 그래서 많은 주부가 남편의 연금을 노리고 칼을 갈면서 이혼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연구소는 이 같은 '이혼 예비군'을 4만2000쌍으로 추산했다. 쓴맛 단맛 다 본 원숙한 연령대라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일본의 중.노년층 남성 대부분도 가정생활엔 젬병이다. 아내에게 곰살궂게 굴어본 적이 없다. 부인들이 칼을 가는 대상은 올해 정년(60세) 퇴직이 시작된 '단카이(團塊) 세대' 남편이다. 1947~49년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의 노동력 인구는 503만 명. 대부분 평생을 '회사 인간'으로 보냈다. 집에선 라면조차 제대로 끓여본 적이 없다. 이혼하면 '과부는 은이 서 말, 홀아비는 이가 서 말' 신세다. 이들에게 어느 날 부인이 이혼서류를 들이댈지 모르는, '잔인한 4월'이 시작된 것이다. '남편이 정년퇴직 후에도 계속 일하기를 바라는 이유'에 대해 여성의 41.1%가 '집에서 빈둥거리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변했다. 한국의 중.노년층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부인들도 이혼이라는 극단적 선택보다는 남편을 변화시키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까. 오가와 유리(60)라는 여성 수필가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정년 남편 길들이기'라는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사실 계산기를 두드려 전업주부가 이혼 후 받는 분할연금과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받는 연금을 비교하면 결혼생활 쪽이 더 유리하다. 결정적인 이혼 사유야 따로 있겠지만, 적어도 연금만 따지면 이혼은 손해 보는 장사다(한국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혼보다는 남편을 내 입맛에 맞도록 '인간 개조'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은퇴한 남편을 둔 한국 주부들도 참고할 만하다. 온종일 둘이서 얼굴을 맞대고 있지 말아라. 편히 자기 위해서라면 부부 각방도 좋다. 남편이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니게 하지 마라. 남편의 취미생활을 격려하라. 두 달에 한번은 단둘이 데이트하라. 병들었을 땐 위로의 말을 아끼지 마라. 자주 칭찬하라. 남편을 데리고 나가 동네 사람들에게 많이 소개하라. 남편이 주 1회라도 일을 하게 하라. 남편에 대한 간섭은 남이 모르게 하라. 남편의 옷차림이 흐트러지지 않게 단속하라. 나만의 통장을 만들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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