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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이야기/미디어 이슈

은퇴한 남편 길들이기

by 삼도갈매기 2007.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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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전 국회의원들의 한심한 직무유기 탓에 부결된 국민연금법 정부 측 개정안에는 이혼한 남녀의 재혼을 성원(?)하는 조항도 들어 있었다. 이혼한 배우자에게 지급되는 분할(分割)연금을 재혼해도 계속 지급하도록 한 조항이다. 현행법에선 재혼하면 분할연금을 받을 수 없다.

분할연금은 이혼한 배우자가 연금 수급권자와의 혼인 기간만큼 연금을 나눠 받는 제도다. 직장에서 은퇴한 남편이 매달 80만원을 받는다면 전업주부로 살다 이혼한 부인도 60세부터 절반인 4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2월 현재 분할연금을 받는 이는 958명. 최고액이 월 41만6170원, 최저액은 3만4780원이다.

분할연금에 관한 한 1999년부터 제도를 시행한 한국이 일본을 앞서 있다.

일본의 '노령후생연금 분할제'는 이달 1일 시작됐다.

이 제도는 2003년에 확정, 예고된 것이다. 신기하게도 매년 늘던 일본의 이혼율이 바로 2003년부터 줄기 시작했다(표 참조). 특히 결혼생활 25~30년의 중.노년층 이혼은 이 기간에 무려 21%나 줄었다.

다른 연령층의 두 배다. 그래서 많은 주부가 남편의 연금을 노리고 칼을 갈면서 이혼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연구소는 이 같은 '이혼 예비군'을 4만2000쌍으로 추산했다.

일본에서는 정년퇴직 전후의 나이를 듣기 좋게 '숙년(熟年.주쿠넨)'이라고 부른다.

쓴맛 단맛 다 본 원숙한 연령대라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일본의 중.노년층 남성 대부분도 가정생활엔 젬병이다. 아내에게 곰살궂게 굴어본 적이 없다.

부인들이 칼을 가는 대상은 올해 정년(60세) 퇴직이 시작된 '단카이(團塊) 세대' 남편이다.

1947~49년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의 노동력 인구는 503만 명. 대부분 평생을 '회사 인간'으로 보냈다.

집에선 라면조차 제대로 끓여본 적이 없다. 이혼하면 '과부는 은이 서 말, 홀아비는 이가 서 말' 신세다. 이들에게 어느 날 부인이 이혼서류를 들이댈지 모르는, '잔인한 4월'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일본 단카이 세대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중 뜨끔한 내용이 있다.

'남편이 정년퇴직 후에도 계속 일하기를 바라는 이유'에 대해 여성의 41.1%가 '집에서 빈둥거리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변했다. 한국의 중.노년층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 일본 남성들은 뒤늦게나마 모임을 만들거나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마누라 모시는 비결'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부인들도 이혼이라는 극단적 선택보다는 남편을 변화시키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까.

오가와 유리(60)라는 여성 수필가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정년 남편 길들이기'라는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사실 계산기를 두드려 전업주부가 이혼 후 받는 분할연금과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받는 연금을 비교하면 결혼생활 쪽이 더 유리하다. 결정적인 이혼 사유야 따로 있겠지만, 적어도 연금만 따지면 이혼은 손해 보는 장사다(한국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혼보다는 남편을 내 입맛에 맞도록 '인간 개조'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오가와의 저서에 남편 길들이는 방법 15가지가 나와 있다.

은퇴한 남편을 둔 한국 주부들도 참고할 만하다.

'남편이 점심만큼은 스스로 차려 먹게 하라. 식사 때 대화하라. 가사를 분담시켜라.

온종일 둘이서 얼굴을 맞대고 있지 말아라. 편히 자기 위해서라면 부부 각방도 좋다.

남편이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니게 하지 마라. 남편의 취미생활을 격려하라.

두 달에 한번은 단둘이 데이트하라. 병들었을 땐 위로의 말을 아끼지 마라. 자주 칭찬하라.

남편을 데리고 나가 동네 사람들에게 많이 소개하라. 남편이 주 1회라도 일을 하게 하라.

남편에 대한 간섭은 남이 모르게 하라. 남편의 옷차림이 흐트러지지 않게 단속하라.

나만의 통장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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