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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이야기/미디어 이슈

부모들이여.....

by 삼도갈매기 2007. 5. 7.

    부모들이여 이기주의자가 되라 자식을 위한 부모의 헌신이라면 황제 펭귄을 따라갈게 없다.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계절에 가장 추운 남극의 얼음 위에서 짝짓기를 한다. 두 달간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넘겨받아 발 위에 올려놓고 배로 덮어 보호한다. 암컷이 바다를 찾아 100㎞를 걸어갔다 오는 동안 수컷은 두 달 더 굶주리며 홀로 영하 40도의 추위와 시속 100㎞가 넘는 눈보라를 견뎌내야 한다. 모이주머니에 먹이를 담아 암컷이 돌아오면 이제 수컷이 행군할 차례다. 이런 식의 반복으로 황제 펭귄 부부는 연간 230일가량을 오직 자식 하나를 위해 극한의 어려움을 무릅쓴다. 대한민국 부모들도 사실 황제 펭귄 못잖다. 신혼의 달콤함도 아이가 생기면 끝이다. 모든 삶이 아이 위주로 바뀌고 인생 계획이 자식을 위해 재편된다. 공교육이 하나도 책임져 주지 못하니 살인적인 사교육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그것도 성이 안 차면 자식을 외국으로 날려 보낸다. 부모 중 하나는 자식을 보살펴야 하기에 부부는 생이별을 한다. 교육을 마쳤다고 끝이 아니다. 제 스스로 못 구하면 직장도 알아봐 줘야 한다. 사법시험 참고서까지 챙기는 부모도 있다고 들었다. 다음은 혼인이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배필을 찾아주고 빚을 내서라도 '꿀릴 것 없는' 혼수감과 '남 부럽지 않은' 결혼식을 치러줘야 한다. 전세라도 자식이 둥지를 틀 아파트를 마련해줘야 한다. 아직 멀었다. 맞벌이하는 자식들을 위해 손자.손녀 기저귀까지 갈아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경우다. 좀 유별난 부모들은 더 나간다. 아들이 군대에서 썩지 않도록 손을 써 면제 아니면 병역특례로라도 빼야 하고, 스무 살이 넘도록 밖에서 맞고 들어오는 자식이 있으면 건달들을 불러와 때린 놈을 패줘야 한다. 이러니 대한민국에서 부모 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말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다. 자식을 위해 '올인'한 만큼 다른 노후 대책이 남아 있을 리 없다. 힘 있고 돈 있는 별난 부모들은 몰라도 범상한 부모들에게는 그저 자식이 보험일 뿐이다. 하지만 자식들 생각이 어디 그런가. 황제 펭귄들처럼 내리사랑만 있지 치사랑은 없는 법이다. 흔적기관으로나마 치사랑이 남았더라도 이 팍팍한 세상에 자식들이 부모 돌볼 여력이 없다. 역시 아이 낳고 사교육 시키고 기러기 되는 사슬에 매일 운명의 자식이 어찌 고개 들어 위를 볼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러니 큰아들 집, 막내딸 집 사이에서 탁구공처럼 튕기다 자칫 파출소 앞에 버려지는 것이다. 대한민국 부모들이여, 현실을 똑바로 보라. 그리고 이기주의자가 돼라. 과감히 사슬을 끊어라. 자식을 위해, 자식을 통해 사는 게 아니라 자식에게 잘사는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의 행복이 최우선이다. 자식에게 투자하는 대신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내는 데 경제력을 집중하라. 자식.손자들이 찾아오는 게 유일한 낙이 돼서는 안 된다. 용돈밖에 안 될 국민연금은 그저 용돈으로나 치부하는 게 낫다. 자식을 싸고돌지 말라. 남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을 만들 뿐이다. 부모가 겪은 어려움을 면하게 해주려고도 하지 말라. 삶의 밑천이 되는 소중한 경험을 빼앗을 뿐이다. 자식에게 헌신하지 않는 대신 대가도 바라지 말라. 자식은 아무래도 공짜 손님일 뿐이다. 미국 작가이자 아동교육가인 도로시 피셔는 "어머니는 기대야 할 존재가 아니라 기댈 필요가 없게 만들어주는 존재"라고 했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아버지의 치명적 결함은 자녀에게 자신의 명예를 빛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대한민국 부모인 당신은 이제 이렇게 말하라. "아들아 딸아, 나는 할 만큼 했노라. 이제 네 삶은 네가 알아서 살아라." 가정의 달 첫날에 이런 말 해서 안 됐지만 그게 오히려 가정을 살리는 길일 터다. <모 신문에서....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