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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우리집 보물

딸내미 결혼 1주년 - 사위(김서방)이야기

by 삼도갈매기 2008. 5. 30.

 

2007년 5월 26일 - 1년전

사랑하는 딸내미가 이렇게 결혼을 했었다

그렇게 365일이 총알처럼...소리도 없이 훌쩍 지나갔다

일년전 이맘때 결혼날짜를 가슴 조이며 초조하게 기다렸었는데

 

1주년 기념과 관련된 글을 쓰려고

어제도 벼르고, 그제도 벼렀는데 하루이틀 지나가도 자꾸 글 쓰는게 귀찮고 싫어지니

글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마음의 고통이 심할까 생각하니...세상에 쉬운것은 없는것 같다

 

 

2008년 5월 26일 딸과 사위가 부산에 왔다

결혼 1주년이 되었으니 겸사겸사 놀러왔던 것이다

(지금쯤 예쁜 손주를 할배품에 안겨줘야 되는데 이녀석들...빈손이다)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사위(김서방)와 관련된 이야기다  

사위는 여러가지 운동 중 축구경기를 무척 좋아하며 

유럽의 강호 "맨체스타 유나이티드"게임이 있는 날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새벽녘에 하는 축구 중계방송도 시청할 정도라고 한다

물론 축구를 보는것 보다는 동료들과 직접 운동장에서 뛰는것도 즐긴다고 한다

 

자 ~~ 그럼 사위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슴다 

사위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대학에 입학하면서 바둑을 배웠다고 한다

거두절미하고 지금부터 사위와 바둑시합을 하면서 벌어졌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서방....자네 흉보는것 아니니....언짠다 생각하지 마시게?" 

 

             (연산동 "산수정 불고기"집에서 결혼 1주년 쐬주파티를 하였다)

 

 

(사위와 바둑시합 이야기 )

 

처음 사위와 바둑을 두었던게 2007년 말쯤 된것 같다

나도 예전엔 바둑을 참 즐겼는데 어느땐가 부터 머리를 싸매고 생각을 하면서 게임 하는게

왠지 싫어지기 시작하였으니,  복잡하지않고 단순한 동양화(고스톱)을 즐기게 되니

아마도 그런게 늙어가는 증상인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정말 오랜만에 바둑시합을 하였다

바둑 애호가들은 잘 아시겠지만 바둑이란 자주 두어봐야 바둑 감각이 생겨

큰 실수없이 두게 되는데 워낙 오랜만에 두다 보니 처음에 아주 생소하였다

물론 사위도 자주 바둑을 접할 기회가 없으니 자기도 오랜만에 둔다고 했다


서로 급수를 물어보니 내가 “백”을 가지고 시합을 해도 크게 힘들지 않을 것 같아

사위에게 “흑”을 쥐게 하여 함께 바둑 시합을 하게되었다

특별한 규칙(Rool)은 정하지 않았지만 흑을 가진사람(사위)이 연속해서 두판을 지면

한점씩 접기로(깔기로)하고, 백을 가진사람(본인)이 지면 백을 상대에게 넘기기로 했다

(참고 : 아시지만 바둑은 상급자가 백을 쥐고, 하급자가 흑을 쥐고하는 게임이다)


처음 시작한 날은 여러판을 두게 되었는데 연속으로 두 번 이긴다는게 무척 힘들었다

그래도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미소지었으니...막판에 내가 연속으로 두 번 이겼다

사위가 연속으로 두판을 지니 흑을 한점 접고(깔고) 두게 되었으며

이긴 나는 기분이 좋았고,  연속으로 두판을 져버린 사위는 내색은 하지않았지만

결코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을 것이다....ㅎㅎ

그래도 우짤것인가....바둑이 무척 신성한 게임이며, 것도 장인 어른앞인데?....ㅎ


사위와 두 번째 바둑을 접하게 된 것은 금년 초인 것 같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딸과 사위가 함께 쉬다보니 1~2달에 한번씩은 부산을 찾는다

그날도 아마 딸내미 친구의 결혼이 부산에서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함께 와서 시간이 있기에 또다시 신선놀음(바둑을 그렇게들 부른다)을 하게되었다

첫번째날 바둑시합에서 연속 두번을 졌으니 오늘은 사위가 흑 하나를 접고(깔고)다시 흑으로 시작하였다

그러니 바둑판에 흑 돌이 두개가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게 되는 셈이니

난 의기 양양하게 바둑을 두었고, 사위는 조용히 참착하게 두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묘한 현상이 발생할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하였다

첫번째 날 바둑시합과는 다르게, 두번째 날 바둑시합은 무엇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아주 매서워졌고, 사위가 나의 약점을 훤하게 꿰뚤고 바둑을 두고 있다는게 눈에 보였다

첫번째 날에는 내가 판을 이끌었는데...두번째 날 시합은 사위가 판을 이끌고 있는듯 했다

 

첫판을 보기좋게 사위에게 불계패(계산하나마다 지는 셈법)를 당하였으니

정신이 확~~드는 것을 느꼈다....지는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지난번에 시합에 졌을때 사위의 그 아픈 마음을 내가 겪는 것 같아 진땀이 흐르니

심기일전하여 정신을 바짝 차리고 두 번째판을 시작하였다

시원한 물도 한잔 마시고, 확끈하게 달아오른 얼굴도 식힐겸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 

판세를 읽어가는데....왠걸 점점 사위에게 포위 당하는게 눈에 들어온다

아~~~이건 아닌데...또 다시 패한다면 연속 두판을 패하는데....기를 쓰고 버텨 �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사위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흐른다

“김서방 내가 졌네, 다음엔 한점 접지(깔지)말고 같이 두어보세” 하면서 위기를 넘겼었다


위기는 세 번째 날 바둑시합 때에 찾아왔다

그러니까 결혼 1주년 되는날(2008. 5. 26)날 저녁 사위와 함께 쐬주한잔을 걸치고

운명의 바둑시합을 하게되었으니,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점차 꼬이기 시작했다 

“아버님 이번에 연속으로 두판지면 제가 ”백“을 가져옵니다...”

“당연하지, 근데 넘 의기양양한게 아닌가?.. 자네가 지면 한점 다시 접으니 각오하게?”


불꽃튀는 바둑싸움이 벌어졌다....근데 이친구 바둑 실력이 원래 이랬는지?

아니면 나에게 거짓말로 자기의 급수를 낮추어서 이야기 했는지 드뎌 본색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게임이 안되는것이다....한수 물려주기도 하는데도 내 바둑이 여기저기 시체가 보인다

뒤에서 바둑게임을 보고있던 딸내미가 걱정스럽다는 태도로 한마디 거든다

“김서방이 요즘 바둑에 심취해 있으니...아빠 조심하삼?” 한다

이럴때 아내라도 나에게 한마디 힘을 주었으면 좋으련만....이렇게 혼자 중얼거린다

“비상하고 샤프한 젊은이의 머리를 늙은 당신이 당할수 있겠소?”...ㅎㅎ

 

아 ~~ 슬프다 우짜다가 내편이 한사람도 없단 말인가

이래서 조선 천지에 믿을놈 한놈도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모양이구나?....ㅎ

내리 두판을 졌으니 다음에 사위가 바둑시합을 하자고 하면 이제 내가 "흑"을 잡고

상급자인 사위가 당연히 "백"을 잡아야 하니.....장차 이일을 우짜면 좋을까?....ㅋㅋ

“아빠...김서방이 바둑 이길려고 몇날 몇일을 공부하더라”

불안감을 조성하는 딸내미가 밉다...이 녀석이 언제부터 사위편이였나?....ㅎ

내가 이녀석을 29년간 대리고 있었고,  김서방은 딱 1년간 함께했을 뿐인데 이렇게 변하다니?...ㅎ

 

무서운 승부의 세계를 보는것 같아 씁쓸했지만 할 수 없는 일이며

이일을 계기로 해서 사위 바둑실력이 한계단 업그레이드 된 것으로 위안을 삼고 싶다

아시다시피 바둑은 신성한 게임이니 깨끗히 승복하는 메너가 무척 중요하다고 한다


바둑시합을 하면서 느꼈던 일은 역시 젊은이들은 명석한 머리로 하나를 보면 둘을 생각하는

능력을 가졌으니 퇴색 되어가는 내 머리로는 이길수가 없다는게 당연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바둑시합 몇번만에 내바둑 스타일을 머리속에 꿰차고 있으니....당연한 귀결이다

나도 그 충격에....오늘 바둑판을 곁에 두고 연구를 했더니 아휴 머리가 아프다

그렇다고 인터넷으로 바둑시합을 하자니 상대가 앞에 없으니 귀신과 놀이 하는 것 같아 더욱 싫다

그나저나 다음에 사위와 바둑시합을 하면 흑을 잡고 먼저 두는것은  좋은데

만약....두판을 내리 졌을때 한점 접고 시합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면 우짤까.....걱정이다...하하  

 

 

(위 글은 우리가족카페(비공개)에 있었던 부산갈매기의 글 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