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8(화요일)
S종합병원에서 거액을 지불하고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 비용이 평소에는 4~50만원 정도라고 하지만,
12월 한달간 병원개원기념행사기간이라고 반액으로 검진을 했다
직장 다닐때 2년에 한번씩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기본적인 검사만하다 보니 왠지 믿음이 가질 않았었다.
병원에서 발행한 검진표를 받아보니 걱정이 앞선다
그도 그럴것이 위 내시경 검사와 대장 검사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10여년 전에 위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다시는 위 내시경 검사를 받지않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이번엔 더 무섭다는 대장 검사까지 받으려니 걱정이 배가 된다
담당의사 왈(曰)
“수면 내시경이니 그렇게 힘들지 않을건데...
검사당일 준비하는 과정이 약간 고통스러울겁니다”라며
아래 보이는 4리더 짜리 큰 물통속에 하얀 가루약(코리트에프산)과
두개의 알약(둘코락스) 그리고 하얀 물약(가스콜)을 주면서
대장 내시경 검사시 주의사항을 들려준다
(문제의 4리더 짜리 물통모습...여기에 물을 채우고 2시간만에 먹었으니....)
대장 내시경 검사시 주의사항
- 검사 1주일 전부터 씨가있는 과일(참외, 수박, 포도, 메론, 키위, 토마토 등)과
흑쌀, 현미쌀, 나물 등의 채소(옥수수, 콩나물) 및 해조류(김, 미역, 다시마) 등의 섭취를 금한다,
(이는 씨가 내시경 기구를 막아 검사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임)
- 검사 전날 저녁식사는 오후 6시까지 흰죽 등의 가벼운 유동식으로 드시고
물을 자주 드시기 바람(육류고기와 술은 금함)
- 검사전날 저녁 10시에 두개의 알약(둘코락스)을 드시고
저녁 10시 이후 금식하며, 물은 자주 마시기 바람
- 검사 당일 아침(6~8시)에 가져가신 4리더 물통에 가루약과 함께
생수나 보리차를 채우고 한 컵씩 10분 간격으로 드시기 바라며,
약 2/3정도 먹은 후 하얀물약(가스콜)을 섞어서 드시며, 4리더 물을 먹을땐 움직이면서.......
쉽게 이야기해서
4리더 물통에 이런저런 약을 섞어서 2시간안에 몸을 움직이며 마시라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많은 양의 물을 마시기도 힘들지만 덥덥한 약을 섞어서 마시라고 하니 걱정이다
위 주의사항대로 검사 1주일 전부터 음식을 가려먹었다
그런데 웬걸...검사 이틀전(12월 6일) 친구 딸내미 결혼식에 참석하여
모처럼 친구들 만나니 피할 수 없는게 술이 아니던가?
친구가 좋아 한잔, 안주가 좋아 한잔, 분위기가 좋아 한잔....
송도에서 다대포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술타령을 했으니...
"이틀후에 건강검진할 사람이...당신 정신이 있는 사람이요?"
그날 아내에게 엄청 잔소리를 들었다는 머시기한 뉴스도 있었다....ㅋㅋ
검사 당일 아침 6시에 아내가 깨운다
맛 없고 덥덥한 4리더의 물을 드디어 먹기 시작하였다
힘들게 한컵 먹고나면 또 먹어야 되고.....세상에 먹는 즐거움도 있다고 하더니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이 뭐가 즐겁다고 하는지
먹는 고통은 이제 만성이 되어서 그냥 입으로 쏟아 부은다
그런데, 이제부터 아래로 배출하는 고통이 시작되었다.....쏴와~~~쏴아~~
경험해 보신분들은 알겠지만 숫제 화장실에서 나올수가 없었다
변기통에 앉아서 몸을 좌우로 비틀면서 맛없는 물을 계속 먹기 시작하였다
먹는것도 고통이며, 밖으로 배출하는 것 또한 고통이였다...
화장실에 물통을 두고 몸을 흔들며 계속 마시는 모습...상상이 가십니꺼?...ㅋ
맑은 소변처럼 노란색의 물(대변)이 거시기에서 폭포수 처럼 쏟아진다....
그렇게 고통스러웠지만 고맙게도 시간은 똑딱똑딱 잘도 지나간다
의사의 지시대로 오전 11시까지 병원에 도착하여 기본적인 검사를 마쳤다
이제 고통스럽다는 위 내시경 검사와 대장 검사만 남았다
불안한 얼굴로 침대에 누우니 팔뚝에 수면관련 주사를 주입하며 몇 마디 말을 건넨다
“위 내시경 검사와 대장 검사 받으신적 있나요?”
“왜 대장 검사를 받으시려고 합니까?”
“어디 불편한곳은 없나요?”
실눈을 뜨고 옆의 모니터를 보니 대장 검사부터 하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 화장실에서 깨끗이 비운 붉으스레한 멋진 대장이 보인다...
보인다...보인다....아 ~ 그런데 그 다음부터 기억이 없다
깨어나니 아내가 침대 옆에 앉아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위장은 약간 헐고.....대장에 용종이 한개 있어서......”
“몇개 더 있을건데?....한개 뿐이 없드나?”......ㅎ
“용종을 때어 냈는데 출혈이 있을지 모르니
오늘 하루 병원에 누워 계세요...병원비는 무료입니다”
무료라니...호텔처럼 깨끗한 병실에서 무료로 재워고 먹여준다는데 싫다할 수 있나요?....
오후 5시에 병실에 입원(?)하여 예쁜 간호사의 보호를 받으니
힘들었던 아침시간의 고통이 말끔히 사라지는 기분이였다
(S병원에서 발행한 건강검진 목록표 - 왼편의 "프리미엄 검진"으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 아내가 죽을 쑤어 병실로 가져왔다
어제 아침 굶었고, 점심 굶었고, 저녁에 죽 한 그릇, 그런데 오늘아침도 죽 한 그릇.
내 밥통 싸이즈가 얼만데...죽으로 큰 밥통을 채우려고 하니 간에 기별도 안간다...ㅋ
그러나 어쩌랴...대장에서 때어낸 용종의 상처가 아물때까지
부드러운 음식으로 식사를 해야된다고 한다....
퇴원하면서 담당의사를 만났다
“년말이라 모임이 많은데...술은 언제쯤 먹어도 됩니까?”
“선생님은 당분간 술을 드시지 않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장의 용종은 아무것도 아니며, 위장에 염증(위염)도 있고, 지방간도 있으니....."
(용종의 조직검사 등....정확한 검사결과는 1주일 후에 알수 있다고 함)
술 때문에 간에 지방이 많이 끼었다고 의사 선생님이 엄포를 놓는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의 엄포는 아무것도 아니다...아내의 눈초리가 더 무섭다
“당장 술 끊지않으면 다시는 윤경이 못 만날줄 알라”며 눈을 흘긴다
그 좋은 술을 당분간 멀리해야된다고 하니....갈매기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내일 당장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의 모임이 있는데.... 어떻게 할것인지 걱정이다
말로만 듣던 대장 내시경 검사는 처음 받아보았다
수면으로 하니 힘들지는 않지만 대장을 비우는 과정이 너무도 힘들었다
40대 이후 대장 내시경 검사는 5년에 한번씩 받는다고 하지만
내처럼 거시기한 사람은 매년 대장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니...
아휴 내년에 또 맹물먹고 검사받을 일이 지금부터 걱정이다
예전에 어르신들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 난다
"알면 병이요...모르면 약이라 했던가?"....
그 말이 맞는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건강이 최고라고 하니
미리미리 건강검진 받으시고, 우리모두 건강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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