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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장거리 여행

제주도 한라산 겨울 산행기

by 삼도갈매기 2010. 1. 16.

 

 

2010년 계획중 하나가

남한에서 제일 높다는 제주도 한라산 등반이였다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 2010년 1월 13일...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찾았다

 

1월 13일 오전에 제주행 항공기가 제주도에 내린 눈 사태로 결항이 되었으나

다행이 오후에 정상 운항되어 일행과 함께 제주에 도착...시내 곳곳에 쌓인 눈으로

한라산 등반이 결코 쉽지 않을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걱정이 된다

 

1월 14일...어제 내린 눈으로 제주시내 곳곳이 결빙되어 한라산 등반을 내일(15일)로 미루고

오늘은 한림읍에 소재한 "유리박물관" 과 "소인국테마파크", "서귀포 70리 해상 유람선" 을 하였다

 

1월 15일...2박 3일의 마지막날 아침

날씨는 화창하였고 시내에 쌓인 눈이 녹아 그렇게도 열망하였던 제주도 한라산 등정을 시작하였다 

 

 

지도에서 보듯이 한라산 정상을 오를수 있는곳은

돈내코코스, 영실코스, 어리목코스, 관음사코스, 성판악코스 로 나뉜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지도의 붉은 화살표 방향인 "성판악(코스)매표소"에서 부터 산행을 시작하였다

 

참고 ; 산행코스는 성판악휴게소(매표소) - 사라대피소 - 진달래밭대피소 - 한라산 정상(백록담)

         하산코스는 관음사코스인 용진각대피소 - 탐라계곡대피소 - 숯가마터 - 관음사(卍)

 

 

오전 08;00 성판악 매표소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이곳 성판악매표소는 해발 750m로 체인을 감은 승용차외에는 올수 없는 곳이다

 

성판악매표소(750m)에서 한라산 정상(1950m)까지는 9.6Km의 거리이며

정상에서 하산길인 관음사 까지는 8.7Km로....가고 오는데 장장 9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봄, 여름, 가을....날씨가 좋을때 한라산 등반 소요시간이 9시간인데

오늘처럼 눈이 쌓인 등산길이라면 과연 몇시간쯤 걸릴까 걱정반 기대반으로 출발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겨울 한라산 등산으로 성판악코스를 추천하는 이유를 알것 같다 

성판악코스는 그렇게 험하지않고 완만한 경사로서 크게 힘들지는 않는것 같았다

등산이 시작되면서 추위를 대비하여 몇겹으로 껴입었던 옷들을 하나씩 벗기 시작하였다

 

 

 

출발하여 2시간쯤 지난것 같았다,

확 트인 시야가 눈 앞에 펼쳐지며 멀리 이름모를 산봉우리가 우리를 반긴다

25명 일행이 함께 출발하였지만 눈속에 뿔뿔히 흩어져 어딘가에서 정상을 향하고 있을것 같다

 

온 세상이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혀 있으니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겨울산 산행을 몇군데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산행은 처음인것 같다

내가 이렇게 힘이드는데 아내도 분명 힘들것이다...허나 설경이 절경이라 뭐라고 투덜댈수가 없다...ㅎ

 

 

 

 

 

어제는 이곳 한라산에 많은 눈이 내렸으며 바람도 심했다고 한다

허나 오늘은 바람한점 없고 너무도 화창한 날씨라서 많은 등산객들이 한라산을 찾았다

 

부산에서는 한겨울 내내 구경할수 없는 설경(雪景)을

오늘 이렇게 볼수 있다는게 힘은 들었지만 왠지모를 뿌듯함으로 행복하였다

 

 

 

 

오전 10;30분...

해발 1700m인 진달래 휴게소에 도착(사진 위)

베낭에는 도시락이 있지만 추운 날씨에 도저히 꺼내 먹을수 없으니

이곳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따끈한 컵라면으로 뱃속을 채웠다...이제야 살것 같다

 

이곳 진달래 휴게소에서 한라산 정상까지는 2.7Km로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해발 1700고지에 오르니 모자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고드름이 되어 모자챙에 달려있다.

 

 

 

정상에 가까워 질수록 울창한 활엽수들이 눈에 뛴다

눈이 쌓이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고라니 등 산짐승을 볼수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어느 풀숲에 숨어있는지 보이진 않고 간간히 그들의 발자욱이 보일 뿐이다 

 

 

 

 

 

한라산 정상이 손에 잡힐듯 보인다(사진 위)

단지 그렇게 보일뿐이지 아직도 한참을 걸어야 할것 같다

구름에 살짝 가린 정상 아래 많은 등산객들이 힘겹게 오르고 있는 모습이 사진속에 보인다

 

 

 

 

 

정상 100m를 남기고 걸어왔던 길을 뒤돌아 본다(사진 아래)

끝도 없이 펼쳐진 하얀 저길을 걸어왔다는 자부심에 뿌듯함을 느낀다

 

커다란 구름이 밀려온다....한라산 백록담은 볼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1년중 백록담을 볼 수있는 날이 결코 흔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겨울 한라산에서 흔하게 볼수있는 까마귀가 이곳저곳에 때를 지어 앉아있다

 

 

 

남한에서 제일 높다는 한라산(1950m) 정상에 도착(현재시간 12;40분)

그냥 오르기도 힘들다는 한라산을 아이젠 하나에 의지하고 오르니 감격스럽다

아마도 내 일생에 오늘 이 산행이 최고의 걸작품으로 길이 남을것 같은 예감이다

산 아래에서 이곳까지 바람한점 없더니 정상에 오르니 큰 산답게 매섭고 세찬바람이 휘물아 친다

 

구름한점 없는 백록담이 눈앞에 펼쳐진다(사진 아래)

면적이 63,000평의 넓이라고 하니 백록담의 웅장함을 짐작케 하며

여름에는 이곳 백록담 중앙에 맑은 물이 고여, 그 아름다움을 더 한다고 한다

이곳 백록담은 안전을 위하여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한라산 정상의 너럭바위 모습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지리산 천왕봉은 약간 비좁아서 사진한장 담기도 힘드는데....

온통 백색으로 치장된 겨울산행의 아름다움은 역시 눈이 쌓였다는데 있다

 

정상에 설치된 시설물에

눈꽃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사람의 형상이다.(사진 아래) 

 

 

 

관음사코스로 하산하는 중(12;50 하산)

겨울 한라산을 등산했던 분이라면 관음사코스의 아름다움을 알것이다

 

동유럽의 눈 쌓인 활엽수가 이렇게 멋질수 있을까?

스위스의 알프스가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세계 어느곳에 전혀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설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사진 몇장과 부질없는 말(言)로 설명한다는게 불가능할것 같다

 

 

 

 

 

 

용진각대피소를 지나 탐라계곡에 진입하였다

계곡이 얼마나 깊은지 걸어서 이곳을 내려간다는건 꿈도 꿀수 없는것 같다

사람들이 지나간 길은 빤하게 보이는데 계곡에 쌓인 눈이 허리까지 채여 도저히 걸을수 없었다

 

베낭을 어깨에 단단히 메고...가파른 계곡에 몸을 뉘어 눈 썰매를 타기 시작하였다

이곳저곳에서 눈 썰매를 타면서 환호성과 탄성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처음 타보는 눈 설매라서 아내도 모처럼 괴성을 지르며 계곡을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한다

(썰매 타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어야 했는데....무척이나 아쉽다....ㅎ)

 

 

 

 

마지막 대피소인 탐라계곡대피소에서 멀리 정상을 바라다 본다

한라산 등산 코스중 관음사코스가 제일 힘든코스이며...힘든만큼 절경은 최고라고 한다

 

겨울 한라산엔 많은 까마귀가 등산객들을 따라다니며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눈 덮힌 산속에서 어떻게 먹이를 구할수 있겠는가...자신들의 생존이 달렸으니 그럴만도 하다

베낭속에 먹다남은 빵 부스러기와 비스켓 몇 조각, 그리고 추위에 먹지못한 도시락을 던져 주었다  

  

 

 

오전 8시에 시작한 산행을 정확하게 오후 5시에 마쳤다

라면 먹는 시간 20여분 그리고 정상에서 머문 10여분을 합하여 장장 9시간을 걸었다

그냥 걷는것도 힘이 들겠지만 허리까지 쌓인 눈속을 걸었으니 너무너무 힘든 산행이였다

 

오후 5시에 관음사 주차장에서 함께한 일행과 합류하였다

온 몸은 파김치가 된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해냈다는 자부심에 흐믓한 하루였다

오늘 산행기를 쓰면서 어제 일들을 뒤돌아보니 그래도 아직은 녹슬지않은 체력인것은 확실하다 

 

 

80

 

어릴때.....눈 덮힌 제주도 한라산을 가끔 보면서 자랐다

날씨가 좋은날...고향 거문도에서 제주도 한라산이 잘 보인다

한라산엔 5월이 되어도 하얀눈이 덮혀 있어 눈(雪)을 볼수 없는 고향에선 선망의 대상이였다

아마도 그때부터 오늘 한라산 산행을 마칠때까지 늘 맘속에 두고 있었던게 확실했던것 같다

오늘 그 소원을 이루었으니....몸은 무척이나 고단하지만, 맘 한구석엔 흐뭇한 생각이 든다

 

한라산 산행기를 멋지게 적어 보려고 했지만 짧은 실력에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2010년 첫번째 작품이였으니 앞으로 더욱 발전할 여지가 충분한걸로 위안을 삼아 본다

 

다음편 제주이야기는 성산일출봉, 천지연폭포, 여미지, 만장굴 등...그런 이야기가 아닌

전혀 색다른 "서귀포 70리 해상유람"과 제주의 올레길로 유명한 "외돌괴 돔베낭골올레길"

그리고 "유리의 성(城)"과 "소인국 테마파크" 이야기 임다. 기대 바람다.

 

제 블러그를 찾아주셔서 댓글 주신 모든분들께 늦었지만 새해 인사 드립니다

"경인년 새해 많이 받으십시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