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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우리집 보물

예쁜 손녀가 태어나던 날

by 삼도갈매기 2010. 8. 18.

 

 

내가 엄마가 되기전에는 - 류시화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식기 전에 밥을 먹었었다

얼룩 묻은 옷을 입은 적도 없었고

전화로 조용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전에는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었고

늦도록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날마다 머리를 빗고 화장 했다

 

날마다 집을 치웠었다

장난감에 걸려 넘어진 적도 없었고

자장가는 오래 전에 잊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어떤 풀에 독이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었다

예방주사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누가 나한테 토하고 내 급소를 때리고

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고

이빨로 깨물고 오줌을 싸고

손가락으로 나를 꼬집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었다

내 생각과 몸까지도.

울부짖는 아이를 두 팔로 눌러

의사가 진찰을 하거나 주사를 놓게 한 적이 없었다

 

눈물 어린 눈을 보면서 함께 운 적이 없었다

단순한 웃음에도 그토록 기뻐한 적이 없었다

잠든 아이를 보며 새벽까지 깨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깰까 봐 언제까지나

두팔에 안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아플 때 대신 아파줄 수가 없어서

가슴이 찢어진 적이 없었다

 

그토록 작은 존재가 그토록 많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하게 될 줄

결코 알지 못했었다

 

내 자신이 엄마가 되는 것을

그토록 행복하게 여길 줄 미처 알지 못했었다

내 몸 밖에 또 다른 나의 심장을 갖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몰랐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감정인지 몰랐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그 기쁨,

그 가슴아픔, 그 경이로움,

그 성취감을 결코 알지 못했었다

 

그토록 많은 감정들을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 류시화 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서

 

 

 

새벽 3시경에 태어나서

6시간이 지난후에 할배를 만났는데 이렇게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병원도착 4시간 그리고 진통후 분만실에 입원 30분만에 3.75Kg의 예쁜 손녀가 태어났다) 

 

 

 

 

 

2007년 5월에 결혼한 딸내미가

2010년 8월 18일 드디어 예쁜 아기를 순산하였다

태어난 아기가 딸과 사위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겠지만

나와 그리고 아내에겐 세상 둘도 없는 손주였으니 이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까?.

 

독일에서 생활하던 딸내미가 2010년 2월에 출산을 위해서 한국에 귀국하였고

출산일이 가까워지자 독일에 혼자있던 사위도 휴가를 얻어 8월 14일 일시 귀국하였다.

 

출산 예정일인 2010년 8월 17일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을 먹고 오랫만에 해후한 딸과 사위는 시내로 쇼핑하러 나갔다

출산 때문에 2월에 헤여져서 지금 만났으니 6개월만에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는 모양이다

이것저것 출산관련 물품도 구입하고 멋진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늦게 귀가 하였다

약간의 통증을 느낄뿐 산통은 전혀 없다고 하니 안심하고 식구들과 함께 밖에서 저녁을 먹었다.

 

8월 17일, 밤  9시 ; 통증이 5 ~ 10분 간격으로 오지만 견딜만하다고 하였고,

8월 17일, 밤 11시 ; 통증이 3 ~ 5분 간격이니, 집 근처 지정병원인 산부인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여 당직의사가 이것저것 검사를 하더니 바로 병실에 입원하라고 한다,

같은 날 밤 11시 30분 딸과 사위만 병실에 남기고, 아내와 난 집으로...(집과 병원은 가깝다)

 

다음 날, 8월 18일 새벽 3시 20분,

병원에 있던 사위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들린다.

사위 ; "병실에서 대기하다가 산통을 느껴 새벽 2시 40분에 분만실에 갔는데

          유도분만이나 무통주사 없이 30분만에 예쁜 딸을 출산 하였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오늘 새벽에 예쁜 손녀를 얻었슴다

이렇게 귀엽고 예쁜 손녀를 우리들에게 보내주신 신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나이 들면 누구나 얻는 보물인데 왠 호들갑이냐고 눈 흘긴다면 크게 할말은 없지만

주위분들에게 큰 걱정끼치지 않고 무사히 순산하였으니 그것 또한 기뿐일인것 같슴다

블러그도 쉬고, 휴가도 접고 손주를 품에 앉아보기 위해서 기다렸던 보람이 결실을 맺었슴다

 

그렇슴다.....이제 난 할아버지가 되었슴다,

자식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또다른 행복을 만끽하려고 하니 가슴이 뛰고 벅차 오름다

이 기쁜 순간을 댓글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축하해주신 모든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