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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우리집 보물

야 ~ 이녀석아, 퍼뜩 시집 가거라

by 삼도갈매기 2010. 8. 22.

 

 

"아빠, 오후 1시 15분 구포역에 도착합니다"


언니가 출산했다고 하니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는 작은 딸이

언니와 아기를 보려고 부산에 내려 오면서 나에게 보내온 문자 내용이였다

객지에서 혼자 힘든 생활을 하니 이래저래 바쁘고 평일날 시간을 낼수 없으니

토요일과 일요일에 잠깐 짬을 내어 언니와 형부 그리고 태어난 아기를 보기 위함이다


8월 21일 토요일 오후 1시 10여분 

구포역은 가까운 거리이니 승용차를 몰고 구포역 앞에 도착하여 작은 딸을 기다렸다

예전의 열차는 단 몇분이라도 연착을 하는데 요즘의 KTX는 1~2분 정도의 오차범위내에서 도착한다

구포역사 출입구에 가방을 울러매고 터덜터덜 걸어나오는 폼이 틀림없는 작은 딸의 모습이다

멀리서도 아빠의 애마(승용차)를 알고 가볍게 손을 흔들며 까부는 모습이 영락없는 철부지 소녀다


"야 이녀석아...왜 혼자 오는거냐?...서울에서 한놈 대려오기로 했지않냐?"

"아빤 만날때마다 그 소리...어유 지겨워...10년후에 결혼한다는데 왜 자꾸 그래요?"

"10년 후면 아빤 늙고, 더욱이 마흔이 넘는 널 대리고 결혼식장 입장할 수 없는데?"

"꼬부랑 할배가 되어도 내 아빠고, 마흔이 넘어도 시집은 갈수 있으니 걱정 붙들어 매두세요?"

만날때 마다 주고 받는 부녀간 이야기를 오늘도 승용차 속에서 한치 양보도 없이 이어진다


집에 도착하여 엄마랑 가볍게 포옹을 하면서 아빠에게 넬름 혀를 내밀며

"엄마, 외할머니 된 기분 어때요?....언니 애기 뒷수발한다고 더운데 고생이 많지요?"

"그랴....너도 빨리 결혼하면 엄마가 해줄텐데...늦게 결혼하면 엄마도 늙어서 못해주는 수가 있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돈 많은 부자집 도련님과 결혼해서 엄마 고생시키지 않을께요?"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서울에서 3년쯤 굴러 먹더니 말은 제법 그럴뜻하게 잘 한다....ㅋ


식탁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으면서 딸내미를 살짜기 달래며 다시 물어본다

“언니도 결혼하여 예쁜 애기를 낳았는데 넌 어째서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아빠가 살았던 시대와 요즘 우리가 사는 시대의 사고방식은 많이 달아요”하면서

결혼관에 대한 이야기와 결혼을 늦게하려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요즘 시대엔 결혼하면 남자는 편해지고 반대로 여자는 너무너무 힘들단다

첫째 ; 함께 맞벌이 하면서 돈도 벌어야 하고....집안살림도 덤으로 잘해야 하고

둘째 ; 힘들게 아이 낳아야 하고...그리고 그 아기 잘 키워야 하고 

셋째 ; 시부모님 잘 모셔야 하고....한번도 뵌적없는 시할배 할매 제사 지내야 하고

넷째 ; 남편 뒷바라지 열심히 해야하고....시누이 시동생에게 신경써야 하고

다섯째 ; 이렇게 많은 금쪽같은 내 시간이 모조리 없어지고....등등등

어림잡아 10가지쯤 자기 손가락을 꼽으며 장황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한다

“결혼한 여자친구들이 한결같이 하는 소리가..."절대로 결혼하지 말라"고 심심당부 한다”


딸아이의 속사포같은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럴뜻한 이야기다

지난번 모 신문에서 보니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도 쉽게 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아이 키우기가 너무도 힘들어서 애기 낳는걸 포기한다고 하니

먼 미래에는 노인 인구가 급증하여 젊은이 한사람이 나이드신분 열사람을 부양해야 한다니

우리의 미래가 이래저래 걱정이 들기도 한다

 

정부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결혼을 앞둔  20~30대 미혼 남여 100명에게 물어봤단다

“결혼을 해야 합니까?“ 라고 물으니 남자의 80%는 그렇다, 여자의 15%만이 그렇다고 답했다니

남자들은 결혼하면 편해져서 그러는지, 아무튼 필요하다는데 동의하고, 여자는 그렇치 않다고 하니 

이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집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니 이제사 실감이 나는듯 하다

 

                  (출산후 조리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있는 언니와 함께......)

 


산후 조리원에서 언니를 만나고 귀여운 아기(조카)까지 만났으니

뭔가 생각이 달라졌을 것 같아 귀경길 구포역에 대려다 주면서 딸에게 다시 물어본다

야 임마, 조카를 보니 귀엽지?....너도 결혼하면 저렇게 귀여운 녀석을 얻게 되니.....”

체 이야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톡 쏘아 부치며 하는 소리가

“아무리 그래도 결혼은 하지 않을거다, 언니를 보니 여자가 힘들다는걸 다시 느꼈다”

“이놈아...신이 인간을 만든 목적중 하나가 종족보존이라고 했다는 것 모르니?”

“신의 말씀대로 열심히 사는 언니가 있으니 나에게 까진 강요하지 마세요

아빠가 자꾸 그런 이야기 하시면....이제 서울에서 내려오지 않을 겁니다”


햐 ~ 이 녀석 봐라

아빠에게 공갈 협박까지하니 더 이상 말도 할수 없고....혼자 속으로 웅얼거려 본다

그래 알았다....네 인생 네가 살아 갈테니 애비가 자꾸 귀찮게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니?

결혼이 무슨 시장통에서 파는 뻥튀기도 아니고 인륜지 대사라 했으니 잘 생각해서 결정하거라

 

장성한 딸내미 객지에 혼자 두고 있으니 신경 쓰이고,

여름 날씨까지 무척이나 더우니 등줄기에 땀이 주르르 흐른다...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 맘을 안다했는데 결혼도 하지않는 네놈이 우째 부모맘을 알겠노? 


제 혼자 웅얼거리는 이바구가 맞는 말임까?

그렇담 아래의 엄지 손가락 모양 "view on"을 클릭하시는것....잊지마세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