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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우리집 보물

3개월된 외손녀 첫 나들이 - 경산으로

by 삼도갈매기 2010. 11. 21.

 

2010년 11월 20일,

3개월된 외손녀를 대리고 경북 경산에 첫 나들이 갔다

 

2010년  8월 18일에 태어났으니 정확하게 계산하면 93일이 되었다

부산에서 외손녀가 출생하던날 경산에 계시는 사돈댁이 손녀를 보러 부산을 오셨고

그후로 손녀가 어리다는 핑계로 딸아이도 외손녀도 시댁인 경산에 찾아 뵙지를 못했었는데

이제 3개월이 지났으니 긴 여행의 첫 나들이를 경산에 계시는 외손녀의 진짜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러 갔었다.


 

(태어난지 석달된 외손녀 모습 - 출발전 쇼파 한쪽에 앉혀서 사진을 담았다)

 

 

외손녀가 태어나서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그렇게 신기할수가 없으니 매일매일 행복이였다

거짓말 보태지 않고, 내 친구에게도 또한 낯모르는 사람에게도 손주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든다

이런 요상한 마음은 아마도 손주를 키워보는 대한민국의 모든 할배 할매들의 숨김없는 마음일것이다.

 

태어난 후 손가락 발가락을 꼬물거리는걸 시작으로 머리를 좌우로 돌리며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더니

소리나는 장난감 모빌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고개를 세우고 팔 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무슨 소린지는 모르지만 혼자서 옹알거리고 사람이 옆에가면 하회탈 같은 모습의 눈 웃음을 웃더니

요즘은 다 큰 아이처럼 거실에 눞혀두고 가족이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해도 울지않은 모습을 보인다 

 

이런 귀여운 외손녀의 모습을 우리 식구만 보기가 너무 미안하던 차에 경산에 사돈댁에서 전화가 왔다 

"더운 여름부터 지금까지 애기 뒷수발하신다고 얼마나 고생 하셨습니까?....

손주가 100일이 되어 가는데, 너무 많이 보고싶습니다...첫 나들이 경산으로 하시면 안될까요??"

 

승용차 뒷자석 카시트에 손녀, 그옆에 딸아이(애기 엄마), 그리고 앞자석에 아내를 앉히고

16년 무사고 모범 운전사인 외할배가 손수 운전하여 고속도로를 달려 경산으로 향하였다

출발하는 승용차 속에서 울면 어쩔까 걱정했지만....쌔근쌔근 잠든 모습이 오히려 귀엽기만 했다

 

 

 

조심조심 운전하여 경산에 도착하니 환한 모습으로 진짜 할아버지 할머니가 마중을 나오셨다.

손녀 태어날때 부산에 오셔서 처음 보았고....이제 3개월만에 다시 만나보니 너무 기뻐하신다

 

"하나야~~ 할머니가 한번 앉아보자...."하시며 할머니가 아이를 덥석 품에 앉아 보는데?...

그런데 어쩌랴....이 녀석이 낯가림을 하는가 보다, 평소에 그렇게 잘 웃던 녀석이 막무가내로 운다

석달된 녀석이 뭘 안다고 식구들에겐 그렇게 잘 웃던 녀석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울어대니 사돈댁도 무안해 하신다

겨우 달래서 다시한번 시도해도 마찬가지다.....물론 할아버지가 옆에서 얼리고 달래도 전혀 반응이 없고 그냥 운다

 

옆에서 그 광경을 보고있는 우리집 내외와 딸아이(애기 엄마)가 미안할 정도다

"오늘밤 이곳에서 잠을 자고 내일쯤이면 낯가림을 하지않을것이니...

 몇일후에 다시 애기를 대리려오면 그땐 반대로 우리를 보고 낯가림하며 울텐데....."하며 위로를 했다

 

"사랑하는 하나야....

외할배는 이제 부산간다...이 녀석아, 이곳에 계시는 할배가 진짜 할배란다

글타고 부산할배가 가짜 할배는 아니지만, 네가 경산할배에게 울고 때를 쓰니

부산할배가 왠지 미안하구나.....이 할배를 봐서라도 이곳에 계시는 할배에게 울지말고

부산할배에게 했던것 처럼 하루종일 웃음과 기쁨을 줘서 경산할배 할매 사랑을 듬뿍 받기 바란다

일주일 후에 너를 대리려 이곳에 다시오마....그때까지 잘 자라거라"

(이 녀석이 외할배 이바구를 알아 들으려나?....ㅎ)

 

직접 담그셨다는 과일주와 함께 아침부터 준비하셨다는 진수성찬으로 점심 대접을 받았다

운전만 아니였다면...과일주 밑바닥을 보고 왔을건데....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도 좋은 약주였던것 같다

 

 

 

 

2007년 5월에 딸아이가 결혼을 했는데 그사이에 사돈을 여러번 만난것 같다

밖에서 만나 식사도 두세번 했으며, 어느땐 새벽 2시까지 두가족이 함께 술도 마셨는데

오늘처럼 가정방문은 처음이니....이 고리를 연결해준게 손주 덕분인것 같아 흐믓한 마음이 든다.

"우리가족이 경산에 왔으니 다음엔 사돈댁께서도 우리집을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사하며 혜여졌다.


                             


 

 

 

 

경산 사돈댁에서 후한 대접을 받고 직접 가꾸신 농산물까지 얻어왔다.

나는 이분들께 드릴게 너무도 없어 염치없는 짓을한것 같아 또 미안한 마음이다

근처 농장에서 거둔 가을 곡식이라며 바리바리 담아주시니 너무도 고맙고 감사할뿐이다  

 

점심식사때 삶은 고구마가 식탁에 올랐지만 맛난게 너무 많아서 먹지를 못했더니

고구마 한박스를 드릴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니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고구마를 주셨다(사진 위)

 

 

 

 

 

위 사진 좌로부터 설명

첫번째 좌측사진 ; 팻트병에 담긴 "매실엑기스", "고추 짱아치"(장아치는 3병 주셨다), 된장국이나 시락국에 타먹는 "들깨"

          우측사진 ; 집에서 보리차 처럼 끓여마시는 "헛갯나무 열매", 그늘에 말린 "고추 잎" 

두번째 좌측사진 ; 말린 "고추"(10근), "고추가루"(3근) - 고추장, 김장에 쓰일듯 하다

세번째 좌측사진 ; "도토리 묵"(아침에 손수 만드셨단다)

          우측사진 ; 보물단지(묵직한 물건인데....귀한 물품이라서 감추었음.....ㅋ)

 

아래사진 ; 농장에서 손수따신 "호두"(2되쯤 됨), "밤(栗)", "땅콩", "은행" 

 

 

 

 

 

 

외손주를 경산 사돈댁에 대려가면서 빈손으로 가기가 너무 미안했었다 

예전엔 고향 거문도에서 갈치가 많이 잡힐땐 거문도 특산품인 은갈치를 선물했는데

유감스럽게 금년엔 거문도 갈치 어장이 형성되지 않아 그것마져도 여의치 않으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래도 어쩌랴, 부산에서 살고 있으니...부산갈매기가 손짓하는 자갈치 시장에 들려 건어물을 구입하고

경산에 가기 전날 집앞 떡가게에 부탁하여 고급스럽게 만든 따끈따끈한 떡을 배달해 달라하여 체면치례를 하였다.

여름내내 땀흘리고 힘들게 가을걷이 하셔서 우리에게 주신 것에 비하면 택도 없으니....그져 감사할 뿐이다

 

오늘 아침 눈을 뜨니....집안이 너무 조용하다

이 시간쯤 되면 아내가 수다를 떨며 외손주를 앉고 "하나야, 할배한테 가자"하면서 안방으로 아기를 대려오는데

석달동안 정이 듬뿍 들은 외손주를 오늘 하루 보지못하니 뭔가 잃어버린 느낌이 들고 너무도 허전한 마음이다

"윤경씨, 외손녀 잘 있는지 경산에 전화해 보소?"

"당신 혼자만의 손주인줄 아슈?...그쪽도 손주 보는 재미가 있어야지...왜 자꾸 끼어듬까?"

새치기하지 말라는 아내의 잔소리를 들으며...."그려 사랑도 병이로구나" 하며 혼자 중얼거려 본다 

하루도 아니고 몇시간 지났는데....외손녀의 귀여운 모습이 자꾸 눈에 삼삼하게 떠오른다

 

"이 녀석...지금쯤은 낯가림 않고 경산할배 품에서 고이 잠들어 있겠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