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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장거리 여행

전남 고흥군 팔영산(八影山) 산행기

by 삼도갈매기 2012. 2. 27.

 

 

 

2012년 2월 26일(일요일),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났지만 봄은 어디쯤 오는지...남녘 다도해 해상너머에서 머뭇거리고 있는지?...

부산솔바람산악회원들과 함께 한반도의 남쪽, 전라남도 고흥군 점안면에 우뚝 솟은 팔영산(八影山, 608m)에 다녀왔다.

 

8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팔영산은 산세가 제법 험하고 기암괴석이 많아서 산행하는게 만만치 않았으며, 도립공원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승격 보호되고 있어 많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산으로, 대한민국의 "100대 명산"중에 포함되는 산이다.

 

 

 

 

아침 8시 30분, 부산을 출발하여 11시30분쯤 이곳 팔영산국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하여 준비운동과 함께 산행을 시작하였다.

 

위 지도에서 처럼 주차장 - 팔영교 - 능가사 부도 - 팔영산야영장 - 흔들바위 - 제1봉(유영봉)~제8봉(적취봉)

- 팔영산(깃대봉) - 하산(편백숲) - 탑제 - 능가사(원점회귀코스)로 하산하였다. 

 

 

능가사 입구에서 왼편길을 따라 걷다보면 팔영산 산행길이 보이며

위 표지석에서 처럼 "이곳이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팔영산지구"임을 알린다.

 

 

오늘 중부, 강원지방에 많은 눈이 내린다고 예보하더니 이곳고흥반도에도 아쉽게 흐린날씨를 보인다.

 

위 사진처럼 산행시작지점에서 오늘 우리일행이 산행하기로한 팔영산 봉우리가 그 위용을 보이기 시작한다

왼편의 우뚝솟은 제 1봉(유영봉)을 시작으로 마지막 8봉(적취봉)까지....8봉우리만 걷는데도 1시간 30여분이 소요되었으니...

각 봉우리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산행기점인 입구에 세워진 아래설명을 참조하면 도움이 될것으로 사료됨.

 

 

 

산행길 우측에 세워진 능가사 사찰 부토(사리가 모셔진 탑)

 

 

산행하기 좋은 계절엔 이곳 팔영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고, 특히 가족단위의 캠핑도 할수 있도록 장소도 마련되어 있었다.

팔영소망탑을 끼고 오르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흙길이라고 하기엔 까만 돌들이 마치 무성하게 자란 풀포기 마냥 널렸다. 

 

 

주차장에서 50여분 쉬지않고 오르면 위 "흔들바위"에 도착한다.

흔들바위 앞에 자그마한 팔각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온몸에 젖은 땀을 식혀본다

어른키를 훌쩍넘는 커다란 바위는 위가 널찍하고 아래가 좁은 불안정한 모양새로 서있어 흔들리기에 안성마춤인듯 하다

허나 동행한 솔바람 산행대장님이...."명칭은 흔들바위지만 흔들리지않는다"고 웃으며 말씀하신다....

 

 

제 1봉 유영봉이 400m남았다는 이정표에서 포즈를 취해본다....

 

 

드뎌 제 1봉 유영봉(儒影峰)에 도착하였다. 흔들바위에서 이곳까지 40여분 소요된다.

제 1봉 유영봉 앞에 도착하면 "이곳은 위험하니 제 2봉 쪽으로 돌아가세요" 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제 1봉 뒷쪽으로 오르는 길이 굉장히 위험했던걸로 기억된다, 특히 하체가 짧은 여자들이 오르기에는 만만치 않은 봉우리다.  

 

 

제 1봉인 유영봉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니 이곳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될수밖에 없음을 알려주는듯 모습이다

근처 월출산을 비롯하여 날씨가 화창한 날은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했으니...점점히 떠있는 무수한 섬들이 고즈녁한 모습이다 

 

 

 

제 1봉에서 위 사진의 제 2봉을 쳐다 본다.

각 봉우리 마다 온통 돌로 뒤덮혀 있어 결코 쉬운 산이 아님을 알수 있다.

각각의 암릉에는 쇠발판과 쇠사실이 있어 어렵지않게 오를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지만 가파른 암릉코스에 땀은 비오듯이 쏟아진다

 

 

제 1봉(유영봉)과 제 2봉(성주봉)사이에 세워진 이정표,

각 봉우리 사이사이에 위 사진처럼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길을 찾기엔 어려움이 없다.

 

 

제 2봉 성주봉(聖主峰)에 도착하였다. 성주봉 입구 이정표에 기록된 글을 옮겨본다

성스런 명산주인 산을 지킨 군주봉아 

팔봉 지켜주는 부처같은 성인바위 

팔영산 주인되신 성주봉이 여기로세 

 

 

제 2봉 성주봉에서 방금 지나온 제 1봉의 모습을 담아 본다(위 사진)

고흥군 여자만 방향(북동쪽)을 바라보니 저 멀리 점점히 떠 있는 섬들이 올망졸망하게 보인다,(아래 사진)

 

날씨가 좋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팔영산이라는 이름에는 몇가지 유래가 있단다,

이 봉우리의 모습이 깊고 푸른 다도해 해상에 비치는 것을 보고 이름에 "그림자 영"자 를 붙였다는 이야기가 그럴뜻하게 들린다.

 

 

 

제 3봉 생황봉(笙簧峰)에 도착하였다.

생황봉에 오르면 제 6봉인 두류봉까지는 꼼짝없이 암봉을 오르내려야 한다, 옆으로 빠져나갈수가 없으니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호주머니속의 핸드폰에서 오후 2시가 되었다는 음성이 들린다, 체온이 내려갔는지 허기가 들기 시작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함께한 일행은 보이지 않고....베낭속에 든 따뜻한 물 한모금과 약간의 과일로 허기를 달래본다.

 

 

 

 

제 4봉인 사자봉(獅子峰)에 올랐다, 사자봉 입구 이정표에 기록된 글을 옮겨본다.

동물의 왕자처럼 사자바위 군림하여 

으르릉 소리치며 백수들이 엎드리듯

기묘한 절경속에 사자모양 갖춰구려

 

 

제 5봉 오로봉(五老峰)도 차례로 넘었다, 이곳 봉우리에 도착하니 기분이 이상하게 붕 뜨기 시작한다.

잔뜩 흐린 날씨에 아름다운 주위 풍경을 감상하지 못하니...마음이 착찹해서 그런가 보다,

오로봉에서 내려서자 바람이 휙 하고 분다. 그래도 일행을 놓치지 않으려면 걸음을 재촉할수 밖에.....

 

 

 

8봉 가운데 가장 험하다는 제 6봉(두류봉)을 바라다 본다(위 사진)

사진속을 자세히 보면 아래에서 왼쪽으로 돌아 위로 치고 오르게 되어 있다. 사진속에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철계단과 쇠사슬이 있다고 하지만 여기를 오르려면 우선 허기진 배를 약간이나만 채워야할것 같다,

6봉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였다. 두류봉이란 이름이 입에 착 감기는 이름이라 더욱 허기가 졌던가 보다.

 

 

제 5봉에서 바라다보니 신선봉(위 사진 오른쪽 봉우리)이 가까이에 보인다

우리 일행은 신선봉은 가지않지만 신선봉으로 향하는 산길은 팔영산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수 있는 코스로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고 한다, 아래사진은 5봉에서 바라다본 4봉에서 1봉까지의 암릉 모습.

 

 

 

 

해발 596m인 제 6봉 두류봉(頭流峰) 정상에 도착하였다,

이곳 정상에 도착하니 이곳 봉우리에 "두류봉에서 바라다본 다도해 전경"이라는 커다란 이정표(사진)가 세워져 있다.

이곳은 팔영산의 6번째인 두류봉으로 앞에는 다도해의 빼어난 전경과, 뒤로는 드넓은 곡창지대인 해창만 간척지를 쉼없이 바라볼수 있는 지역으로 멀리로는 다도해의 여수시 화양면과 돌산읍, 가까이로는 적금도, 낭도, 조발도 등을 조망할수 있는 곳이란다. 

 

 

 

제 6봉인 두류산에서 제 7봉인 칠성봉까지 완만한 흙길이 잠시 이어진다,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광주 무등산에서 보았던 커다란 입석대 모양의 바위가 장관을 이루며 서 있고,

제 7봉인 칠성봉의 의미를 적어놓은 팻말 옆으로 비를 피할 수 있을만한 기암괴석 "통천문"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위 사진)

 

 

드디어 제 7봉인 칠성봉(七星封)에 도착하였다,

팔영산의 8봉은 북쪽으로 부터 순차적으로 1봉, 2봉, 3봉 등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던 것을 1998년 고흥군에서 차례대로 유영, 성주, 생황, 사자, 오로, 두류, 칠성, 적취라는 이름을 지어 각봉 정상에 작은 표지석을 설치하였으며, 고흥군이 펴낸 "팔영산에 얽힌 이야기"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각 봉우리의 이름은 능가사의 부속암자, 만경암의 중수기(重修記)에 남아 있는 것을 활용한 것"이라고 전한다. 

 

 

 

마지막 봉우리인 제 8봉 적취봉(積翠封)에 도착하였다. 8봉우리만 걷는데 장장 1시간 30여분이 소요되었다.

이곳 이정표에 기록된 제 8봉 적취봉에 얽힌 내용을 옮겨본다 

물총새 파란색 병풍처럼 첩첩하여

초목의 그림자 푸르름이 겹쳐쌓여

꽃나무 가지엮어 산봉우리 푸르구나

 

 

모든 일행이 이곳 8봉까지만 구경하고 하산을 한다, 그도 그럴것이 쉼없이 힘든 암릉 코스를 걸었으니 지칠만도 하다.

뒤를 돌아보니 산행대장도 안전을 위해 하산하기를 종용한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마지막 깃대봉을 가지않으면 평생을 후회할것 같아 혼자서 깃대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팔영산 깃대봉(608m)에 도착하였다. 제 8봉 적취봉에서 이곳까지 편도 10여분 소요된다.

깃대봉에는 커다란 철탑이 세워져 있고 탑을 관리하는 건물이 한채 세워져있으나 일반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방금 지나온 고흥군 팔영산의 아기자기한 모습을 담아 보았다(아래 사진)

 

 

 

따뜻한 봄은 저 너머 다도해 해상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걸까,

흐릿한 날씨 때문에 손에 잡힐 듯한 다도해 풍광처럼 봄은 저 멀리서 기지개를 켜고 있을지 모른다.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에게 봄은 더디게 오는법, 그래도 한발 한발 내딛는 지금의 걸음처럼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면 이 길 끝에 봄이 마중 나와 있을것 같다. 

 

이곳 깃대봉에서 잠시 머물어 주위를 구경하고 제 8봉인 적취봉을 경유하여 하산을 하였다.

 

 

하산길에 만난 팔영산 편백나무 숲길

온통 바위로 뒤덮힌 팔영산 중턱에 광범위한 편백숲이 조성되어 있어 지나가는 산꾼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풍경에 반하여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 얼음이 살짝 언 비탈진곳에서 나뒹굴렀다,

몇년전에 다친 다리를 다시 접질러서 한참을 쉬었는데.....여기서 부터 능가사까지 절룩거리 힘들게 하산하였다,

산을 좋아하면 자주 다칠수 밖에....몇일 병원에 다녀야할까 보다....어제밤 꿈이 참 좋았는데...그래서 아침에 복권도 샀는데....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팔영지구에 자리한 "능가사" 사찰에 도착하였다.

이곳에 도착하니 흐렸던 날씨가 맑게 개이고 드디어 해가 보인다,

사찰에서 바라다본 팔영산 여덟봉우리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더욱 웅장하게 보인다.

 

 

능가사 대웅전(보물 제 1307호)

대웅전은 절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로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전각이다, 능가사는 팔영산 아래에 있는 평지사찰로 일명 보현사라고도 한다. 임진왜란때 불에 탔던것을 조선 인조 22년(1644년)에 벽천대사가 다시 지어 능가사라고 했다.

 

특이한 것은 건물 방향이 입구에 맞춰 북향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조선후기의 건물이지만 규모가 크고, 건축양식이 우수하며 보존상태도 양호하다. 지금의 모습은 최근에 해체 보수한 것이다.(이상 대웅전 근처 표지판에서 옮김)

 

 

 

능가사 명동종(보물 제 1557호)

동종이란 절에서 시간을 알리거나 대중을 모을때 사용되는 불교공예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식법구의 하나이다.

이 동종은 조선 숙종 24년(1698)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조선시대 동종으로는 대형에 속한다. 이 종의 세부 양식을 보면 용뉴(용을 매다는 부분)에는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다. 또한 음관(音官)을 두지않고 조그마한 원형의 구멍으로 대신하고 있다.

 

종(鐘)의 웃 부분에는 범자(산스크리스를 표현한 인도의 옛 글자)를 새겨 놓았고 보살입상을 조각하였다. 종의 아랫부분에는 두줄의 띠를 두르고 그 안에 덩굴풀이 뻗어나가는 모양의 당초문과 꽃을 장식하였다. 이 종의 특색은 종의 몸 중앙부분에 나타나는 팔괘(八卦)의 문양으로 이는 조선시대 동종에서는 볼수 없는 특이한 예라 하겠다(이상 동종근처 표지판에서 옮김)

 

 

 

능가사는 신라시대 창건된 절터에 조선 후기에 다시 세워진 대웅전(보물 1307호)과 범종, 사적비, 사천왕상 등이 있다.

대웅전은 조선후기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유산으로 북향으로 배치한 것이 특이한데, 지난 2001년 보물로 지정됐다.

능가사 범종은 조선시대 종에서 볼수 없는 팔괘(八卦)무늬가 독특한 곳이다(위 사진 ; 능가사 입구에 세워진 천왕문)

 

하산하여 주차장에서 바라다본 고흥군 팔영산의 8봉우리 모습이 아기자기하며 또한 웅장하게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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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 팔영산을 산행하면서 10여년전에 다녀온 경남 남해의 "사량도"가 생각이 난다.

그렇게 높지도 않고 이름도 없는 사량도 옥녀봉, 멋모르고 따라나선 산행이 얼마나 힘들었던지?

이곳 팔영산도 남해 사량도(옥녀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뒤지지않을 만큼 아기자기한 산이였다.

 

고흥군 10경 가운데 으뜸인 팔영산은 다도해의 기품있는 풍광을 한눈에 조망할수 있는 산으로 오늘 산행한 능가사를 들머리로

8개 봉우리와 탑재를 지나 다시 능가사로 원점회귀하는 산행코스는 가장 일반적인 코스로 대략 4시간쯤 소요된다.

정상인 깃대봉(608m)까지 가야 팔영산 8개 봉우리가 한눈에 조망됨을 알수 있으며 각 봉우리 마다 비교적 쉽게 오를수 있도록  발판이나 쇠줄이 있어 별다른 채비가 없이도 산행을 즐길수 있는 곳이다

 

오늘 산행코스도 무난하고 좋지만 이곳 팔영산의 진면목을 보려면 강산리 쪽을 들머리로 하여 "강산리 폭포"를 거쳐 선녀봉으로 오른후 1봉과 2봉 사이 안부로 올라선 다음, 암릉을 차례로 거치면서 주봉인 깃대봉에 오른 뒤, 암릉 서쪽 산허리를 가로질러 탑제를 거쳐 팔영산장 그리고 능가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권해 봄직하니...참고하시기 바라며....

 

사실은 오늘(2월 26일)이 결혼기념일이다. 34년전 사랑하는 아내와 검은머리 파 뿌리되도록 함께 살자고 언약했던 날이다.

아침 일찍 산행준비를 하는데....아내가 베낭속에 과일을 담으며 뭔가를 말하려고 하다가 그냥 뒤돌아 선다,

그 모습이 산행내내 잊혀지지 않았다. 저녁 늦게 부산에 도착하여 집근처 꽃가계에 들려 아름다운 장미와 안개꽃으로

예쁘게 꽃다발을 만들어 아내에게 내밀며 "여보, 34년동안 말 없이 살아준 당신이 너무 고맙구려"...했더니 입이 귀에 걸린다...ㅎ

"사람은 산을 만들지 못하지만 산은 사람을 만든다"라고 했던가?...나는 오늘 조금 더 단단하게 여문 인간이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