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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삶의 흔적들

안과(眼科) 병원에서....ㅎ

by 삼도갈매기 2008. 1. 10.

 

겨울엔 눈(雪)이 와야 되는데

기다리는 눈(雪)은 오지않고,

기다리지도 않았던 눈(眼) 때문에....집앞 안과(眼科)병원에 갔다

 

몇일전부터 양쪽 안구(眼球)가 충혈이 되어 남보기 민망스러웠다

특별히 가렵거나 불편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충혈된 눈만 쳐다보는 것 같아서 병원을 찾았다 

부모님으로 부터 좋은 눈(眼)을 물려받아 지금도 안경없이 신문을 보는데

허나 어쩌랴....“세월앞에 장사없다”하니.....ㅠ

 

 

접수를 하고 기다리는데 간호사가 묻는다

간호사 : 예전에 저희병원에 오신적 있습니까?

갈매기 ; 아니요....처음인데요

간호사 ; 그럼 집 전화번호 말씀하세요

            (언제부턴가 병원에 가면 전화번호를 묻는다)

갈매기 ; *** - 1588입니다

간호사 ; 좋은 전화번호 인데요

갈매기 ; 예전에 모 회사에서 1억원에 번호를 팔라고 하는데...

간호사 ; 그러겠네요?...왜 팔지 않았습니까?

갈매기 ; 제가 욕심이 많습니다, 10억 달라고 했지요?

간호사 ; (웃으며)...10억?.....억?...(진찰실을 가르킨다)


젊은 남자 의사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그도 그럴것이 겨울철엔 안과에 환자가 몰릴 이유가 없지 않는가

봄과 여름엔 유행성 및 알레르기 결막염 때문에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한겨울 안과는 그야 말로 파리를 날리고 있었다

의사 :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갈매기 ; 몇일전부터 눈깔(?)이 충혈되어 생활에 불편합니다

            사물을 보는데는 불편함도 없고, 그렇다고 가렵지도 않습니다만...

의사 ; (기계를 가르키며)기계 앞에 턱을 괴고 앉아 보세요

          예...눈깔을 위로 치켜 떠 보세요? 

약 30초정도 이것저것 요구사항이 많다

“눈깔을 옆으로” 또는 “밑으로”...

(근데 참말로 웃긴다...내가 눈깔이라고 하니....지도 눈깔이라고 한다...ㅎ)


의사 ; 오른쪽 눈깔은 수술한 흔적이 있습니다

갈매기 ; 예...약 20여년 전에 크게 다쳐서 백내장 수술을 했습니다

의사 ; 지금 다른약 드신 것은 없습니까?

갈매기 ; 아직은.....특별히 복용한 약은 없습니다

의사 ; 선생님은 “안구 건조증”이 있습니다, 겨울철 건조한 날씨로 인하여.....

         야외에서 오랫토록 노출하지 마시고 필요시엔 모자와 썬그라스로

         눈깔을 보호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이케 말하며 의사도 웃는다)

갈매기 ; (의아한 눈빛으로)안구 건조증이라구라?...별 희귀한 병명이군요?

의사 ; 관리를 잘못하면 눈깔이 감기질 않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선생님 연령이 되시면 노안(老眼)증세도 함께 오는것이니...

          어쩌구 저쩌구...ㅎ

갈매기 ; (뭐시라구라...눈깔이 쌔리 감기지 않는다구라...아재요 언놈 겁주는교?....ㅎ)


눈에 물약을 몇방울 떨어뜨려 주면서 의사가 이야기를 마친다

간호사를 따라 접수대에 오니 “처방전”이 준비되어 있다

역시 돈 받을 준비는 철저하다

간호사 ; 4,000원 입니다

갈매기 ; 주사도 없었는데....솔찬히 비싸군요?...

간호사 ; (황당하다는 눈빛으로)예?...참 재밌는 분이시군요?

갈매기 ; (작은 목소리로)간호사님...눈알과 눈깔은 뭐가 다른교?

간호사 ; .....ㅎ

 

의사 선생님 몇마디에 거액을 지불하고 근처에 있는 약국으로 향하였다

 

 

예쁘게 생긴 젊은 여(女)약사가 설명을 열심히 해준다(아이고 귀여워라?....ㅎ)

약사 ; 먹는 약은 없습니다, 두가지 모두 점액 물약 입니다

        (왼쪽 약을 가르키며) 하루에 4번 이상 수시로 점액하셔도 됩니다

갈매기 ; 안약은 자주 점액하면 좋지않다고 하던데?

약사 ; 보이소, 약사말 들으시이소오?....그러려면 선상님이 약사 하이소?.....ㅎ          

갈매기 ; 아이구야...고맙습니다....제 평생 소원이 약사인줄 우찌 아셨는교?

약사 ; 처억 보면 앱니다(압니다)...어쩌구 저쩌구...ㅎㅎ

         (한참을 웃으며)약값은 합계 3,400원입니다

갈매기 ; (삼천원과 500원짜리를 주며)100원은 팁입니다...ㅎ

약사 ; (쌍화탕을 들고 문 밖에까지 나와)약사생활 10년에 팁은 처음 받아봅니다...

          것도 거금 100원을?....쌍화탕 드시고, 기체일후 만강 하옵소서....ㅎ

 

백원짜리 쌍화탕이 이렇게 맛있다니?

의사와 약사라는 직업이 참 부럽다...

지금 나처럼 무슨 정년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명예퇴직이 있는것도 아니니 얼마나 좋은가?

학교다닐때 공부라도 열심히 했더라면 좋았을걸 후회스럽다

다시 태어난다면....머리가 터지도록 열심히 공부할것 같은데?....ㅎ


  아스카 2..

                   .


난 항상 생활자체를 약간은 코믹스럽게 하면서 산다

각박한 세상이니 ....이렇게라도 해야  숨통이 트일것 같다

내 코믹스러움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이렇게 즐거울수가 없다

더 좋은것은 이런 대화를 하고 나면 이분들이 날 오랫토록 기억해준다는 것이다

길에서, 지하철에서, 심지어는 술집에서도 만나면 아는체를 한다....ㅎ

믿지 않겠지만.....언젠가 술집에서 만나 2차로 노랫방까지 간적도 있었다

난 기억도 못하는데.....자기들은 날 기억한다고 한다, 재밌지 않는가?

 

허나 이런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무척 많다

그럴땐....답답하고, 안타깝고, 서글프다

유머와 대화가 없는 세상....생각해보면 암흑세상 아니겠는가?

허긴 내글을 읽고 아무 반응없이 "삼베 팬티에 방귀 새어 나가듯이"

그냥  도주하는 분들이 헤아릴수도 없이 많으니 그런분들은

생활에서도 유모와 대화가 없을것이니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이제 점점 나이가 들어가니 모든 장기(臟器)가 서서히

그 기능을 상실하는 것 같아 서글픈 마음이 든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장기를 수리하고 보수해야 되는것 일까?

 

안구 건조증?...

건조증이라면 이제 눈물도 나오지 않겠구만...

허긴 뭐 특별히 울어야 할일도 없으니....ㅎ

그런데 증상이 심해지면 눈이 감기지 않는다니 그럼 어떻게 되는걸까?...

답답한 세상 잠시 눈이라도 감고 있어야 되는데?....참말로 클 났네?...ㅎ

 

- P.S ; 우리집 전화번호 끝자리 1588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