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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삶의 흔적들

난, 오늘도 이렇게 살아감다

by 삼도갈매기 2008. 6. 4.
 

아내가 아파트 뇨자들과 어울려

남편 떨쳐놓고 여행 떠난지 몇일 되어간다...

아내가 없으니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아내 없다고 보고싶다고 할 수도 없고

내 블방에 드나드는 뇨자들이 어디 한둘인가 씰때없는 이야기 늘어놓으면

"얼씨구나 좋다....지화자 좋아...꼬시다" 고 야단을 할것인데...ㅎ

 

예술하는 사람들이 왜들 그렇게 괴짜노릇을 하는지 이제야 알것 같다

평범한 삶속에선 진실된 이야기가 우러 나오지 않을 것이니

삶 자체가 괴롭고 힘들어지면.....멋진 영감이 떠오르는 것이 아닐까??

아내가 없으니....괴롭다...그러다보니 이렇게 부질없는 이야기를 하는가 보다


 

몇해전부터 아침에 퇴근을 하는 부서에 근무중이다...

아침이던 저녁이든 퇴근하면 따뜻한 밥을 먹었던 것에

30년 넘게 몸에 베이고.... 거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오늘도 세면장에서 몸을 씻고 나오니...배가 무척 고프다

“윤경씨...배 고파요...밥 주삼?....ㅎ"

아무리 외쳐본들 소용이 없을수 밖에?......ㅋㅋ


아내가 준비해두고 간 “햇반“을 전자렌지에 덥히고,

끓여 놓고간 미역국을 먹을만큼 냄비에 부어 가스렌지로 데우고

반찬 몇가지 식탁에 올리니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

그런데...혼자서 먹는 아침밥이 이렇게 맛이 없다니?...

 

여행 가면서 반찬가지수를 여덟가지 만들어 놓으면서

“반찬 떨어지면 냉장고에 있으니 꺼내서 담아 먹으라”고 분명히 했건만

귀찮다....꺼내서 덜어내기도 귀찮고 반찬 가지수가 많으면

먹을때 마다 꺼내고...다시 보관하고....에이 귀찮아 대충 먹자....ㅎ

(오늘 아침 반찬가지수가 4가지 뿐이다)

 

 

퇴근하여 집에 오면 아내가 쫑알쫑알 몇마디 하고

난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이야기할 상대가 있었지만....아무도 없으니, 재미 없다.

배달된 신문을 대충 훌어보니 촛불집회가 어떻고, 보궐선거가 어떻고 떠들어 댄다

요즘 같으면 맹바기 아재는 죽을지경이고, 무혀니 아재는 살판난것 같다....ㅎ

밥을 먹고 나니 눈이 실실 감긴다....침대에 몸을 뉘여, 그냥 잤다

깨우는 사람 없으니...마음껏 두팔 벌려 활개를 치고 자면서

무슨 꿈은 그렇게도 많이 꾸었는지 기왕지사 꾸려면

옛날 애인과 데이트하는 꿈이라도 꿨더라면 좋았으련만....ㅎ


일어나니 배가 고프다...시간은 오후 두시쯤

뭐 하는것도 없었는데 이노무 배때지는 배고픈 때를 잘도 안다

아침을 먹는게 부실했으니....그럴수 밖에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엉거츠츰 거리며 부엌으로 나오니...

아유 싫다...밥 차려 먹는게 귀찮고 싫어....차라리 굶는게 났지?


아내가 없으니 전화벨도 울리지 않았는데, 웬걸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뭐라구요?....어느새 결혼한다구요?...

축의금 온라인번호가 농협이라구요?...예...알았심다 "

요즈음 무슨놈의 축의금은 그렇게도 많이 나가는지?

그래도 세상 참 좋아졌다...돈만 부치면 되지...참석할 필요가 없단다

근데...이 사람, 우리집 딸내미 결혼할때 축의금 냈는지 명단을 봐야 쓰것네?...ㅎ 


에라이 모르겠다 축의금도 부칠겸 밖에 나가서 간단히 때우자

스리퍼 질질끌고 집앞에 있는 농협마트로가서 결혼 축의금을 송금하고

매장을 쑤욱 둘러보니....내가 먹을만한게 별로 없다

매장엔 뇨자들만 우글거리고 할일없이 배회하는 남자는 나 혼자 뿐

쑥쓰러워서라도 그곳에 오래 머물수가 없으니 남자 체면 말이 아니다

 

배는 고프고...어떻게 하지?

둘러보니...마트안쪽에 횟집이 보인다

회를 썰어놓고 팔고 있으면서 종업원이 호객 행위까지 한다

“샘요?...도다리 회가 양은 적지만 겁나게 싱싱함다...하나 사시죠?”

올커니 요녀석이다...9,800원을 지불하고 고픈배를 움켜쥐고 집에 왔다

오후 3시가 지났다...먹을 것을 앞에 두었으니...배가 더 고프다

냉장고에 보관된 쐬주 한병을 꺼내서 도다리 회와 함께 연거푸 몇잔을 했더니,

드뎌 살것같다....뱃속에서 기별이 온다

“주인님 이제 살 것 같슴다...ㅎ”

 

 

혼자 술잔을 들이키다 보니 오후 4시쯤 되었다....

이렇다면 대충 저녁도 때우는 것 아닌가?

할일없이 집에서 쉬면서 세끼 다 찾아먹을 수가 있는가??

아내가 오면 난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서 살았다고 큰소리 쳐야될까보다

한잔술에 취하고 쓸쓸함에 취해서 주절주절 웅얼거리며 밖을보니...

드디어 부산에도 비가 뿌린다...내 맘을 아는양...걍 세차게 온다...ㅠ

 

비리무글 비가 온다는 예보라도 하지 않았더라면

집앞에 있는 금정산에 콧구녁에 바람쐬로 갈려고 했었는데

씰떼없는 예보 때문에 집안에 박혀있으니 자꾸 궁상을 떠는것 같다

그나저나....설거지 통에 담가둔 밥그릇은 언제 �을꼬?

이녀석을 �어야 내일 아침에 밥을 먹고 출근할수 있는데....걱정이다 

 

술 한잔에 주절 거리며 

오늘하루 부산갈매기는 이렇게 보냈다 

"보이소 아재요?......아내가 가까이에 있을때 잘해주이소

 읍스니....겁나게 거시기 합디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