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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삶의 흔적들

집에 설치된 유선전화를 해약하면서

by 삼도갈매기 2008. 11. 13.

 

 

 

몇일간 아무 생각없이 푹 쉬면서

아래 사진을 만들어 보았다....

갈매기 날고, 물결 출렁이는 내 고향 거문도가 역시 멋지다...ㅎ

 

 

어제 우리집 유선전화를 해약하였다

돌이켜보니 우리집에 설치된 유선전화가

1986년에 전신전화국(現 한국통신)에서 설치하였던 전화였다

23년간 우리가족과 함께 동거동락을 하였는데 해약하려니 아쉬웠다


뒷자리 번호(1588)가 좋다보니

10여년 전 모 기업에서 1억원에 살테니

전화번호를 양도해 달라고 했던 적도 있었으며

근래엔 저렴한 인터넷 전화로 변경하여 사용하라는 유혹도 많이 받았지만

함께한 세월이 너무 아까워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지금까지 버텼는데

(그 당시 10억원 달라고 욕심부렸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팔았더라면?....ㅎ)


아내와 아이들 모두 핸드폰이 있으니

가정에 설치된 유선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아이들은 모두 떠나고 아내와 단둘이 살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요즘 서로간 연락은 모두가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으니.....


한국통신에 해약요청을 하였다

교환원 ; 전화번호가 참 좋은데...계속 사용하시지요?

갈매기 ; 이러고 저러고하여 유선전화가 불필요하니....

교환원 ; 기본료를 3개월동안 면제해줄테니...

갈매기 ; 울고싶은데 자꾸 그런소리 마쇼??


6개월동안 매월 천원씩 납부하고 계속 사용하라고 하였지만

그 놈의 돈이 뭔지...불필요하게 이중으로 낭비되는 돈이 아까워

이런저런 유혹을 뿌리치고 해약을 하였다

 

(잔잔한 바다물에 비쳐진 거문도 등대 모습)

 

내가 결혼했던 1970년대 후반엔 유선전화가 설치된 집이 귀했다

나 또한 살아가는게 힘들어서 전화 설치한다는것은 생각도 못하고 살았었다

잘 아시겠지만 그 당시엔 백색전화, 또는 청색전화라고 있었는데

백색전화는 가입자간에 서로 거래하는 비싼 전화였으며

청색전화는 가입자 요청에 의하여 전화국에서 설치하였던 것으로

백색이든 청색이든 전화가 설치된 집은 잘 사는집이라고 하였다.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에게 시외전화라도 하려면

집 주위 전화국 또는 우체국에 가서 시외전화신청을 하고 기다리면

전화국내에 설치된 전화부스에서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으며

통화중에 자주 끊어지는 것은 다반사였고,  회선상태가 불량하여

잘 들리지도 않아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전화했던 시절이였다


전화가 없다보니 회사에서 비상연락망을 만들때

살고 있던 집 주위에 전화가 설치되어있는 집을 찾아 다니며

회사에서 날 찾는 전화가 오면 꼭 바꿔 달라고 심심당부하며 

맛있는것도 갖다주며 손이 발이 되도록 부탁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오래전 이야기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몇해전 이야기이다

 

요즘은 걸어다니면서 또는 차량으로 이동을 하면서

심지어는 산속에서도, 멀리 바다에서도 전화를 하는 시대이며

초등학생에서부터 칠순의 어르신까지 핸드폰이 보급되어

불편함을 모르며 살고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해약하여 쓸모없게된 유명메이커인 유무선 전화기)

 


331-1588

어제 해약한 우리집 유선전화번호다

위에 전화기를 보면서 국번호까지 포함하여 한번 눌러본다

뒤에 3을 두번 누르고, 앞에 1을 두번, 가운데 5를 한번, 그 아래 8을 두번....

(같은번호를 두번두번 또 두번두번 그리고 한번 또 두번두번을 누른다)

번호도 좋을뿐 아니라 눈을 감고도 간편하게 누를수 있는 아까운 전화번호다

 

핸드폰에 밀리고, 값이 저렴한 인터넷 전화에 밀려

가정에 설치된 유선전화가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가는게

세월에 밀리고 젊은이들에게 밀려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는

내 신세와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아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 든다


교환원 아가씨의 쓸쓸한 음성이 귓가에 맴돈다

“인터넷 전화 설치하지 마세요

 사용료는 저렴할지 몰라도 불편함 때문에 옛것만 못할겁니다“

그래요....친구도 옛 친구가 좋으며, 애인도 옛 애인이 그리운법인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23년간 정든 유선전화를 해약하면서 이래저래 아쉬운데

철거한 전화기도 2007. 9월에 구입했던 유무선 전화기로

깨끗하게 사용하였으니 버리기엔 이것 또한 아깝다

누군가 필요하신분이 있으면 주고싶은데?...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