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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삶의 흔적들

직장을 떠날때가 되었슴다

by 삼도갈매기 2008. 11. 26.

 

 

 

 

 

 

 

정년 퇴직으로 직장을 떠날때가 되었다

이번달(11월) 월급을 받았으니, 이제 겨우 20여일....남았다

아쉬움이야 무어라 표현할 수 없으니....세상사 영원한게 어디 있던가?

시작이 있었으니 끝이 있게 마련인데...그 끝이 이렇게 빨리 올줄이야...

요즘 같으면 세월이 유수와 같음을 절실히 느낀다 

 

지금으로부터 33년전

1975년 10월....부푼꿈을 안고 직장생활을 시작하여

오로지 한길을 묵묵히 걸어온게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가 보다

그 숱한 날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즐거운일도 많았지만 힘들고 외로워서 주저앉고 싶을때도 많았던 세월

그 많은 이야기를 이곳에 모두 기록할 수 없는게 안타깝기만하다.


“어려운 살림이지만 첫 출근인데 양복은 입어야 하지 않겠냐?” 하시며

멋진 양복을 맞춰 주시면서 등을 다독여 주시던 아버님도

그 곁에서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넌지시 바라보시던 어머님도

모두 내 곁을 떠나셨으니...정녕 세월이 많이도 흘렀는가 보다

 

 

사진 뒷면에 이렇게 기재되었다 - 1976년 1월 30일(구정) 동생 입대기념(여수 오동도에서)  

내가 회사에 입사후 3개월 되었을때 동생이 육군에 입대하기 위하여 여수에 나왔었다

마침 설날이라서 이곳에서 제일 높은곳에 올라 고향하늘을 보며 부모님께 세배를 드린후 촬영했던 사진.

 


오늘 출근하니 홍보담당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00님, 퇴직 기념으로 영상물을 만들어 드리고 싶은데...

  내일부터 비디오로 촬영을 해 드리겠습니다” 한다

내가 하는 회사업무를 비디오로 촬영하여 편집해

영상을 만들어 퇴직기념으로 주고 싶다는 이야기다

회사내부와 외부에서 업무를 집행하는 모습과

상급자와 업무 협의하는 모습 등을 촬영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얼마나 좋은 이야기인가?

내가 현직에 있을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퇴직후에라도 두고두고 볼수 있게 해준다는데 말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좋은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니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아닙니다....말씀은 고마운데 사양하겠습니다”

떠날때는 말없이 떠나라고 하지 않던가?

떠나는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이곳 저곳 다니면서 촬영한다면

그 장면을 보고있을 후배분들이 얼마나 불편해 하며 힘들어 하겠는가?

아쉬움이야 말로 표현 할 수 없지만 조용히 떠나는것도 미덕이 될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몰라도

요즈음 직장 풍속도 중 하나가 퇴직자에게 퇴임식을 해주지 않는다

물론 계급이 높은분들이나 회사에서 비중있는 분들은 예외지만

내처럼 그저 그런 말단 직원들에겐 퇴임식이란게 없다...

예전에는 동료들이나 선후배들의 환송을 받으며 정들었던 직장을 떠났지만

요즘은 아쉽게도 그런 정겨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힘든시기에 정년을 채우고 떠나는것 만으로도 행복한게 아니냐는 것이다

맞는 이야기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삭막한 세태를 보는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다

 

 

                         (이른새벽 부산항에 떠 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 회사 옥상에서)



이제 한달후엔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야 한다

내가 현직에 있으면서 정년을 맞아 떠나는 분들을 수없이 보았지만

내가 정년을 맞이하여 떠날거라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었는데

그 일이 이렇게 현실로 닥아오니 참으로 쓸쓸하다

내 앞으로 퇴직하셨던 선배님들도 지금의 내 마음처럼 얼마나 쓸쓸했을까?


그래도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아이들 무사히 잘 가르쳤으며

그 중 한녀석은 결혼까지하여 자기들 생활에 충실하고

나머지 한녀석도 서울에서 열심히 직장생활하고 있으며

자기가 벌어서 자기힘으로 결혼한다고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내 나이에 새로운 직장에 다닌것도 어렵고

금융위기로 모두가  어려워하는데 무슨 사업을 할 수 도 없으니

아내의 희망대로 이제 퇴직하면 요리를 배워야 될것 같다

무슨 요리집을 차리자는것도 아니고 이제까지 아내에게 받고만 살았으니

이번에는 내가 멋진 요리솜씨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아내와 함께 먹으며 편안하게 마지막 여생을 보내고 싶다

이런 이야기 들으면 혹자는 또 뭐라 구시렁 거리며 이렇게 말 할것이다

"당신 확실히 공처가 기질이 있는것 같은데??" ....ㅋ

 

"왜...부럽소?

 부러우면 당신도 요리 배우면 될것 아니요?"...ㅎ 

 

정년을 몇일 앞두고 조용히 떠나려고 하였으나

그래도 이곳 블방에 한마디 아쉬움을 남기는게 좋을것 같아 

씨잘때기없는 소리로 몇 마디 주절거렸다.. 

 

끝으로....

위 글을 읽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며

모두모두 행복하시길 기원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