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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삶의 흔적들

봄날은 간다 - 공원에서

by 삼도갈매기 2009. 4. 14.

 

 

" ♪~~♬연분홍 치마가 봄 바람에 휘날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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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 무르 익어가고 있습니다.

 

가로수 벚꽃들이

눈송이 처럼 휘날리며 거리를 덮는데도

젊었을때의 감흥이 살아나질 않습니다

젊은 날의 설렘을 억지로 가슴에 담아 보아도

가슴은 자꾸 비어지는것 같아 쓸쓸하기만 합니다 

 

엊그제 꽃망울 터뜨리며 내 마음을 사로잡더니
몇일 지나지 않아 벌써 꽃잎이 날린다고 합니다
애타게 기다렸던 봄이 우리네 인생만큼 짧기만 한것 같아

덧없이 떨어지는 꽃잎과 함께 아쉬운 봄날이 갑니다

 

 

     (공원에서 짝지기하면 놀고 있는 비둘기들 - 가까이에서 사진 찍기가 무척 어려웠다)

 

 

몇일전,

아침 일찍 집앞공원을 지나가는데
비둘기란 놈도 춘정(春情)을 이기지 못하는지
여기저기 구석구석 모여 얄굿은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습니다. 

짖꿋은 숫놈은 몸을 한껏 부풀려 

암 놈의 등때기를 억지로 찍어 누르기도 하고

어떤 놈들은 서로 입을 맞춰가고 몸을 부비며 

은밀한 수작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사랑은 원초적인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사랑을 엮어가는 과정이 동물이라는 차이일 뿐
어쩌면 그렇게 사람의 행동거지와 흡사 한지...


함 달라고

암놈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놈이 있는가 하면

막무가내로 올라 타다가 걷어채여 고꾸라지는 놈도 있고

고꾸라진 놈에게 다가가 꼬리흔들며 유혹하는 년도 있고
또한, 옆에 놈을 의식하지 않고 물고, 빨고, 흔들고, 비비고 
지랄 발광을 하는 비둘기들의 꼬락서니를 보니 영락없이
사람의 행동거지와 일점일혹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안준다는거 억지로 달라는 놈도 나쁜 놈이지만
어짜피 줄걸 안주겠다고 이리빼고 저리빼는 비둘기 년은
더더욱 나쁜 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푸하하 

 

                                         (집앞 공원에 눈 부시게 피어있는 연산홍꽃)

 

 

아무튼 비둘기의 그룹 미팅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부러운 생각에 시근둥하게 공원을 배회하다 집에 오니
우리집 우편함이 청첩장으로 넘쳐 납니다

게나 고동이나 부산갈매기 이름석자 아는 분들이

모조리 청첩장을 보내 왔으니 말입니다.

거실 소파에 앉기가 무섭게
야(夜) 밤중에 마누라 속 고쟁이 까 내리듯
조심스럽게 청첩장을 까 내리며 읽어가다

혼자서 묘한 미소를 지어 봅니다

 

춘삼월 봄이라고

이름석자 내밀며 결혼식 초대장을 보내니

봄은 확실히 무르읶은 봄인가 봅니다....ㅎ


춘정을 못이기는 비둘기나

봄이오니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보내는

우리네 인간이나 십보 백보 뭐가 다르겠습니까?....ㅋ


희망의 계절
사랑의 계절

결혼의  계절

블방가족 여러분 ~~

봄날이 간다고 아쉬워 말고

오늘밤, 우리도 비둘기처럼 사랑을 합시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