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삶의 흔적들

발목 치료차 병원에 다니면서...

by 삼도갈매기 2009. 4. 28.

 

28

 

 

“여보...

 냉동실에 햇반 만들어둔 것 꺼내서 데워 먹으소?”


연지 곤지 찍고,  얼굴에 분 바르며

야리까리한 옷 걸치고 외출하면서 아내가 나에게 던진 말이다

하늘같은 서방님 혼자 남겨두고 외출하는것도 맘에 들지 않았지만

이제는 발라본들 표도 나지 않는 얼굴에 뭘 저렇게 덕지덕지 바르는지

우두커니 혼자 거실에 남아있으려니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이곳의 꽃들은 우리집 베란다에 피었던 봄꽃들이다, 역시 꽃은 아름답다) 

 

지난 토요일(4월 18일)

금정산 파리봉 산행후 하산하다가 넘어지면서 다친 다리가 오늘까지 말썽이다

어제까지 일곱 번이나 집앞 병원에 다녔지만 접질러진 오른쪽 다리가 시근거린다

다리가 아프니 가까운 집앞 공원을 제외하곤 어디 나갈 수 가 없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이 좋은 봄날 집안에서 꼼짝할 수 없으니

아내가 혼자서 외출하면서 뭐라하는 소리도 듣기 싫고....괜시리 심통이 난다

“사람이 어디 아프다는게 이렇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건강의 중요함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어제도 다른날과 마찬가지로 절룩거리며 집앞 정형외과에 치료하러 갔다

20분 걸으면 갈길을 40여분 걸어서 병원에 도착하니 힘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오늘따라 아픈 다리의 발목위 종아리에 묘한 통증이 동반됨을 느끼는 것 같다

걷는 중간중간에 쉬면서 아픈 종아리 근육을 맛사지 해봤지만 별반 차도가 없다

 

(원래 꽃 사진은 꽃 자체도 중요하지만 주위 배경이 중요하다고 한다 - 주위가 어두워야 된다고 하던가?)

 


병원에 도착하니 환자들로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월요일이라서 환자가 많을거라 예상하고 오후 2시에 도착하였지만

시간과는 관계없이 계속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는 것을 볼수 있다

병원 대기실에 앉을자리가 없을지경이니 아픈사람이 이곳에 다들 모여있는 듯 하다

접수후 20여분쯤 시간이 흘러 담당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오늘 걸어오는데 이곳 종아리에 근육이 뭉치는 것처럼 통증이....”

아픈곳을 가르키며 증세를 이야기했더니 10Cm쯤 되는 침을 그곳에 찌른다,

군데군데에서 새까만 피가 흘러 나온다, 약간 따끔거리지만 참을 수 있다

“일어 나셔서 한번 걸어보세요”


역시 의사들 손은 약손인 것 같다

근육이 뭉쳐서 아팠던 통증이 말끔히 씻은 듯이 없어졌다

“한결 수월합니다”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담당의사에게 신뢰를 보내본다

시근거리며 약간 부은 발등을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차도를 묻는다

방금 침으로 치료하듯이 빨리 낳을수 있도록 해주면 좋으련만?....


1층에서 치료를 마치고,  2층 물리치료실로 이동하였다

이곳도 환자들로 넘쳐난다, 대기순번 번호표를 받아들고 기다려 보지만

쉽게 내 차례가 오지 않는다 , 앉을자리도 없이 환자들로 꽊 차있다

몇 번 다니다보니 낯 익은 간호사가 쳐다보며 아는체를 한다

어쩌면 간호사들은 백의의 천사답게 한결같이 저렇게 예쁠까?...ㅎ

이것저것 몇마디 말을 걸어보면서 이곳 환자들의 공통점을 느낄수 있었다

 


물리치료실 환자들의 일반적인 공통점

첫번째 공통점은 이곳 환자들이 약간 뚱뚱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부가 그렇지는 않지만 환자의 70~80%가 비만인것이 눈이 보인다

물론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몸이 가벼웠더라면 관절에 그렇게 큰 충격을 주지않았을 것이며

숫제 그자리에서 넘어지지도 않았을것인데 말이다

두번째 공통점은 환자의 대부분이 여자분들이라는 사실이다

이곳 병실을 둘러보니 물리치료를 받는 침대가 25대 비치되어 있었는데

남자들이 치료 받는곳이 6군데이며, 그 외에는 전부 여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간호사의 말에 의하면 여자들은 애기를 낳으면서 고생을 하다보니 관절이 쉽게 망가지며

그러다보니 골반, 허리, 무릎, 심지어는 어깨와 다리까지 그 충격이 심하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의 모든 남정네들이여...

  당신들의 아내가 산통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걸 알긴 아는교??”...ㅋㅋ

 

세 번째는 연세가 지긋하신분들이 정형외과 물리치료실을 점령하고 있었다

쉽게 이야기해서 이곳 환자의 반 이상이 배가 나온 할머니들이였다는 사실이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점차 길어지다 보니 어르신들이 점차 병원을 찾는 추세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주위의 각 병원마다 공통사항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인간이 오래사는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아프지않게 건강하게 살아야된다는 것이 최선이란걸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간호사가 나를 부른다, 내 차례가 되었는가 보다

오래토록 기다리다가 침대에 누우니 스르르 눈이 감긴다

그도 그럴것이 물리치료용 침대에는 전기장판의 열기까지 더하여

춘곤증과 함께 한낮의 낮잠을 자기에 안정마춤이였다

1차로 뜨거운 찜질 팩으로 다리의 혈액순환을 원할히 한후

고주파 물리치료기로 전자파를 20여분간 쐬여주고(여기까진 괜찮았다) 

붉은 전등에서 나오는 적외선 조사기로 마지막 3차 치료를 하는중에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던가 보다

"아저씨...여기가 안방인줄 아는교?....무슨 콧노래를 그렇게 부름까?"

간호사가 흔들며 깨우는 바람에 눈을뜨니 주위에 시선이 무척이나 따갑다

세상에 여자들 틈바구니에서 겁도없이 코를 골고 낮잠을 자다니?...ㅎ 

부산갈매기가 이제 확실히 기(氣)가 빠지고 점차 늙어가는것 같다,

뒷통수가 부끄러워 허겁지겁 병원문을 나서니 오후 4시가 넘었다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려 2시간 30분이나 지났다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오후시간을 이렇게 병원에서 보냈다

불편한 다리를 절룩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평소에 바쁘게 걷다보니 예전에 미쳐 보지못했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꽃을 팔고 있는 가게 앞을 지나면서 형형색색의 봄꽃들을 구경할 수가 있어 좋았으며,

공원 군데군데 피어있는 연산홍과 향기 그윽한 라이락 꽃들이 나를 반긴다 

골목길 모퉁이를 돌아오니 붕어빵을 팔고있는 리어카가 눈에 들어온다

삶에 찌들린 어떤 아주머니에게서 힘들게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도 들어보며

고소한 붕어빵을 한입물고 팥고물의 달콤함에 빠져보는것도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그렇다...옛 말에 이르기를 “하나를 잃으면 또 하나를 얻는다”고 했으니

바삐 다닌다고 미쳐 보지못했던 내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이렇게 느리게 걷다보니 볼수 있었다는걸로 위안을 삼으려고 한다

 

(재미없는 글만 올릴려고 했는데 꽃사진을 함께 실으니 한결 부드럽게 보인다 - 역시 꽃은 좋은것이다)


다리를 다친지 열흘이 지났다, 빨리 나아야될텐데 걱정이다 

생활에는 불편이 없으나 좋은 봄날에 나들이 할수 없는게  무척이나 답답하다

 

아 ~~ 그런데 갑자기 배속이 허전함을 느낀다

오늘 아내는 어디를 갔는지?, 누구랑 무슨 수다를 그렇게 떨고 있는지?

다리 불편한 남편은 이제 안중에도 없고,  걱정도 되지않는지?

늙어가는것도 서러운데 다리까지 불편하니 이래저래  서글픈 생각이 든다  

비리무글...아내가 일러준데로 햇반을 꺼내 전자렌지로 데워 뱃속을 채워야 할 것 같다

다리가 아픈것 보다 이렇게 배가 고프면 더 서글퍼 질것 같으니 말이다

 

아 ~ 유 ~~~ 배고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