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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삶의 흔적들

6년간 타던 승용차를 처분하였다.

by 삼도갈매기 2010. 11. 18.
 

2010년 11월 15일

딸아이와 6년동안 정들었던 마티즈 승용차를 처분하였다

 

 

(어딘가로 팔려가기 위해서 아파트 한켠에 서있는 모습이 쓸쓸하게 보인다)


 

2002년 초순경 정부대전청사로 발령이 났을때 승용차를 부산에 두고 갔었다

그때 딸아이가 대학교 졸업반이였는데 집에 있는 아빠의 승용차를 끌고 학교를 다녔고

2003년부터는 대학원에 다니면서 아빠의 승용차를 자기것인양 요긴하게 끌고 다녔는데....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4년 5월에 부산으로 다시 발령이 나면서 딸이 끌고 다니던 승용차를 회수했더니

“아빠, 승용차가 있다가 없으니 엄청 불편합니다, 소형차라도 한대 사주세요?” 한다.

아내까지 나서서 거들기에...그 당시에 값도 저렴하고 인기 있었던 마티즈를 구입해 주었다


아무튼 대학원을 김해시에 소재한 00대학교로 다녔는데 

부산에서 김해까지 다니는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자가용인 마티즈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고

그후 근처 직장에 취직해서도 늦은밤 퇴근으로 인하여 자가용을 사용 할 수 밖에 없었다

2007년 결혼과 함께 남편을 따라 포항시로 가면서도 연료도 적게 소모되고, 주차비용과 

고속도로 통행료도 저렴하다면서 계속 마티즈를 이용했었다.


결혼하여 2년이 지난, 2009년 9월에 사위가 포닥(박사후 과정)으로

독일로 떠나던날, 5년간 딸아이의 발이 되었던 승용차를 부산으로 끌고와서

“아빠, 5년간 고마웠습니다, 나중에 돈 벌면 멋진 승용차를 사드리겠습니다” 하면서 되돌려 주었다,

사실은 5년동안 차량 보험료와 매년 부과되는 승용차세(재산세)는 내가 납부했으니

딸아이는 휘발유값만 지불하면서 공짜로 타고 다녔던 것이다


딸아이가 5년동안 애지중지하던 차량을 바로 처분하기가 왠지 마음이 짠해서

몇일간 아파트 주차장에 두고 독일로 간 딸아이를 가까이에서 보는듯 하고 있었는데....

 

가까운 친척 동생이 중국에서 귀국하면서 인사차 집에와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딸아이가 사용하던 마티즈 승용차가 중고시장으로 팔려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형님, 두달만 제가 잠시 타겠습니다, 두달후엔 다시 중국으로 가는데.....” 한다.

아내와 절친하고, 나도 잘 아는 처지라 쾌히 승낙을 했더니....두달이 지나고,

석달 그리고 넉달 다섯달 여섯달...14개월이 흐른 몇일전에 차량을 집으로 끌고 와서

“형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합니다, 덕분에 승용차 잘 탔습니다,

중국 갔다오면서 좋은 선물로 보답하겠습니다” 하면서 뒷통수를 끅적거리면서 뒤돌아 간다

 



 

 

 

 

이 친구로 인하여 아내에게 알게모르게 바가지도 많이 긁혔는데...이 친구가 그런걸 알려나?....

누군가로 인해 마음 변하기전에 빨리 팔아서 10년된 냉장고 바꾸자고 아내가 성화를 부린다

(10년전에 구입한 냉장고가 오래되다 보니....소음이 너무 심해서 교체해야할 판이다)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자동차 중고시장에 바로 전화했더니 차량에 대하여 몇가지 물어본다


승용차 ; "마티즈 - Ⅱ(2)"

생산년도 ; 2004년 5월,   차량형식 ; CVT,               배기량 ; 800cc

주행거리 ; 61,000Km,     색상 ; 하늘색(one tone),   구입가격 ; 7,636,000원


전화로 차량 제원을 알려줬더니 매입자가 한참을 망설이더니 삼백만원 주겠단다.

몇군데 중고시장에 알아봐도 값은 대동소이하며, 비슷한 가격을 이야기 한다

중고차 제원을 어떤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가격이 바로 나오는 모양이다

이곳이 부산 0구 00동입니다, 00아파트에 오셔서 저에게 전화주세요?”

감사합니다, 차량 매도시 필요한 서류는 인감증명서 1통과 인감도장입니다”

 

1시간 후에 매매상이 도착하여 차량을 한바퀴 돌면서 이것저것 확인을 한다 

"승용차를 아주 깨끗하게 타셨습니다, 6년간 6만Km라 차량 상태가 매우 좋습니다"

"작년에 밧데리와 타이어도 완전 교체했으니 크게 손볼게 없을테니 당신 횡제한겁니다"

엔진룸, 뒷 트렁크도 열어보고 이것저것 꼼꼼하게 살피더니

"사장님, 차량을 보러 오면서 택시를 타고 왔는데 택시비와 점심값이라도......" 한다

차량 열쇠를 건네며, 지갑을 꺼내 5만원을 주었더니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며

"사장님 성격이 시원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면서 차량을 인수해 갔다. 

 

5년동안 딸아이의 요긴한 발이 되었고,

1년간 친척동생의 사랑을 받았던 우리집 보물이나 다름없는 차량을 그렇게 처분하였다,

팔기전에 차량에 남아있던 잡동사니를 치우면서 손때묻은 핸들과 기어를 만져보며

애끼던 귀중품을 누군가에게 헐값으로 넘기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짠하게 느껴지면서

한편으론 홀가분한 기분도 드는걸 보니, 예전에 딸아이를 시집보낼때의 느낌이였다

 

6년간 우리집의 발이 되었던 승용차(마티즈)를 처분한 돈으로

10년간 우리집 부엌에서 한자리를 차지했던 낡은 냉장고를 새것으로 교체하였고

나머지 돈으로 우리집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낡고 오래된 쇼파를 바꾸어야겠다

가만가만...10년 넘게 사용한 브라운관용 아나로그 텔레비젼도 바꿔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우리집엔 주인을 닮아 낡고 오래된 물품들이 군데군데 널려있는것 같은데?....ㅋ

 

어딘가로 팔려가서 누군가의 새로운 발이된 우리집의 보물이였던 마티즈 승용차 

고장없이 오랫토록 새로운 주인의 사랑을 뜸뿍 받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