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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장거리 여행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후편)....

by 삼도갈매기 2011. 5. 18.

 

 

전편에 이어 후편을 계속합니다

후편부터 보신다면 후회할지 모르니, 전편부터 보실것을 권해 드립니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섬, "청산도"

끝 없이 펼쳐진 에메랄드 바다 빛갈도 그렇고, 일렁이는 청보리 밭도 온통 푸른빛을 발산한다

그 푸르름을 일구고 사는 섬 사람들의 심성도 고울것이며 그들의 고단한 삶 역시 청산만큼이나 숭고하리라

 

 

권덕리 마을 뒷산인 범 바위를 경유하여 말탄바위까지 구경을 하고 20여분쯤 천천히 걸으면

위 사진에서 보이는것 처럼 조그마한 마을인 "권덕리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앞에 펼쳐진 밭뙈기를 보노라니 땅한평 얻기위해 이곳 섬 사람들의 노력이 눈물겨웠으리라 짐작이 된다

거친 산간을 개간하여 돌을 쌓고 힘겨운 밭갈이에 땀 흘리며 가꾸어서 이렇게 마늘을 심었으리라....

어린시절 고향 거문도에서 밭 일구며, 힘겹게 사시던 부모님들을 보았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청산도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감동을 주는것이 "돌"(石)인듯 하다

집도 돌로 지었고, 담벼락도 온통 돌이다. 논두렁이나 밭고랑도 역시 돌로 경계선을 이루고 있었다.

가장 흔한것이 가장 소중한 생활방편이 된것이다. 단단한 돌담이지만 밀면 그냥 무너질것 같은 헐렁한 모습

어쩌면 이런 느슨함과 여유가 섬사람들의 모진 생을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인지 모르겠다.

 

 

청산도는 돌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다.

논둑도 밭둑도 모두 돌을 층층이 쌓아 만든 돌담이고, 우물이나 당산나무 근처에도 어김없이 돌담이 쌓여 있다.

요즘 새순이 돋는 계절엔 갓 연한 순을 내밀며 돌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넝쿨이 정감을 더한다.


 

 

비틈없는 도심의 콘크리트 공간에서 완벽을 추구하며 경쟁하다가

결국 지쳐버린 현대인들에게 이곳의 돌담길은 많은것을 시사한다...

돌 사이에 구멍이 송송하여 산소호흡기 같은 역할을 하는것이 돌담인듯 하다.

 

 

권덕리 마을에서 바닷가 슬로길을 걷다보면 만나는 야생화

예전에 어디선가 본듯한 야생화인데 도저히 꽃 이름을 기억할수 없다

제대로된 사진기였다면 좋은 작품이 될수도 있었으련만......그냥 아쉽다

 

 

 

 

슬로길을 걷다보면 만나는 이정표

길이 끝나는 곳엔 어김없이 슬로길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나그네를 안내한다.

 

 

청산도에는 42.195Km의 슬로길이 있다.

총 11코스의 슬로길 중 지금 걷는 길이 "제 4 슬로길"로

권덕리 마을에서 구장리 마을까지 1.8Km의 아름다운 해변길이 어어져 있다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제 4길을 걷는다

이길을 걷다보니 하늘에 떠 있는 듯, 바다에 떠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한쪽엔 바다, 다른 쪽엔 산림이 우거진 길을 걷다보면 위의 야생화와, 고사리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1996년 3월에 청산도 주민이 밭고랑을 태우다가 불이 번져

산불이 발생하여 2박 3일간 이곳 청산도를 싸그리 태웠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청산도엔 울창한 숲이 형성되어 있지않아 그게 가장 큰 아쉬움이였다

 

 

 

자연이 만든 천연 갯돌이 산적한 당리마을 앞에 도착하였다

이곳 바닷가의 갯돌 만큼 청산도 사람들의 심성을 대변해주는것도 없을듯 하다

그들의 삶은 늘 고단했지만 심성은 천연 갯돌 처럼 고왔으리라,

 

손톱만한 돌에서 부터 어른 머리만한 갯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그 색깔도 가지가지다.

갯돌 밭에 앉아있으면, 파도에 쓸려 나가며 돌들의 경쾌하고 맑은 소리를 들을수 있으련만....시간 없음이 야속하였다.

 

 

 

벼를 심기위해서 모판을 이곳에 옮겨둔 모습

이곳에서 보이는 계단식 논밭의 모습은 청산도 주민들의 주름살 처럼 보인다

삶이 힘들때 마다 논 밭고랑의 주름은 계단식 논밭처럼 한칸씩 한칸씩 늘어만 갔으리라

 

물이 귀하니 논이 귀하고, 논이 귀하니 쌀이 귀한 섬에선 이런 이야기가 회자 된다

"섬에서 나고 자란 처녀가 뭍으로 시집갈 때까지 쌀 서말만 먹고 가면 부잣집"이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 고향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있있는데, 아마도 같은 섬이니 청산도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청산도의 상징인 푸른 보리가....

너무 늦게 찾아갔더니 누런 황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의 자연이 아름답다

보리타작....무더운 여름에 보리타작을 해본 사람만이 힘든 과정을 알고 있을 것이다

 

 

서편제 촬영장에서 아랫쪽에 시선을 주면

청산도에서 가장 큰 마을인 당리마을이 천연색 지붕을 맞대고 옹기종기 살아가고 있는 풍경

원래 이곳은 유채꽃이 활짝피어 노란색을 뽐내는곳인데...4월 중순에 찾아가면 유채화의 장관을 볼 수 있을것이다

위 사진속 멀리.....오늘 산행하면서 직접 보았던 보적산과 범바위의 모습이 아스라히 보인다

 

 

드디어...서편제 영화 촬영장소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한국영화사상 1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임권택 감독 작품 "서편제"촬영지로 극중 여주인공인 송화(오정해)가

남도민의 정서가 담긴 진도 아리랑을 애절한 소리로 노래한 민족 고유의 황토색 짙은 장소입니다

 

영화 서편제는 영화진흥공사에서 주최하는 제 31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신인여배우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하고

중국에서 개최한 제 1회 상해영화제 본선 부문에 진출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서편제는 광주, 강진, 보성, 해남, 진도지방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애절하고 섬세한 소리로 여성적인 반면

동편제는 운봉, 구례, 순창지방에서 내려온 웅장하고 호탕하며 상쾌한 남성적인 소리를 특징으로 합니다(이상 이정표에서 옮김) 

 

 

장단을 맞추는 북에 새겨진 내용을 옮겨본다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히는 5분40초에 걸친 롱테이크(길게찍기)가 촬영된 곳

원래 그렇게 길게 찍을 계획은 아니였으나 감독이 장소가 너무 좋아 바꿨다는 곳

푸른 바다, 푸른산 그리고 붉은 황톳길이 어우러진 곳...(이하 생략) 

 

 

2006년 3월에 KBS 2TV 드라마 "봄의 왈츠" 주배경 촬영지

 

서편제 이후 이곳에서 드라마를 촬영하여 더욱 유명해진 오픈세트장

배우 이름은 모르겠지만.....유명 배우 앞에서 겁없이 명함을 내밀어 보았다...

그러고 보니 후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내 모습.....워때유, 괜찮아유?.....ㅋ

 

 

 

 

 

 

이곳에 도착하니 "서편제" 영화속 한장면이 떠오른다

위 사진속 언덕에서 황톳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는 세 사람이 있다.

아버지(유봉)는 등짐을 메고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딸(송화)은 가방을 들었다.

떠꺼머리 아들(동호)은 북을 메고 있으며, 피곤에 찌든 얼굴로 터벅터벅 걷던 이들의 느린 걸음은 돌연 아버지가 "진도아리랑"을 선창하고 딸이 이에 화답하면서 활기를 띤다. 당재 초입에서는 얼굴 가득 시무룩한 표정이던 아들도 어느새 흥이 올랐는지 내려올수록 힘있게 북채를 잡는다. 언덕 아래에 다다라선 세 사람의 어깨춤이 화면 가득 덩실거린다. 너무도 유명한 장면이였다

 

(사진 오른편에 유채꽃이 활짝 피어 있어야 하는데....4월 중순에 활짝 핀 유채화를 볼 수 있을것이다)


 

93년 개봉 후 한국영화 최초로 관객동원 100만 명을 훌쩍 넘겨버린

영화 '서편제'의 최고 명장면으로 "진도 아리랑" 장면을 탄생시킨 곳이 바로 청산도 당리 돌담길이다.

 

이 황톳길은 농사일에 불편하다는 주민들의 요구로 96년 콘크리트로 뒤덮였다.

그러던 것이 '서편제'의 아름다운 화면에 반해 당리를 찾았던 사람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부분 황톳길로 복원되었단다. 
 

 

몸을 새운 청보리가 돌담을 쌓아 둑을 올린 밭에 가득하다.

밭가에만 서있어도 풋풋한 보리 향기가 코끝에 달라 붙는다.

봄이 한창인 고즈넉한 당리마을의 전경이 오래도록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아래 사진중 "슬로장터"엔 청산도에서 생산되는 여러가지 물건 등을 팔면서 잠깐 쉼을 주는 곳이다

 

 

 

당리마을에서 10여분 걷다보면 "도락리 마을"에 도착한다(사진 위)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멀리 바다 풍경이 선명하지 못해 흐릿하지만

날씨가 쾌청하게 맑으면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고 한다

사진 속의 황색은 푸른 청보리가 읶어서 누렇게 여물이 맺은 모습이다

 

 

느림의 종

완도행 여객선 타는곳 "도청항"에 설치된 청산도의 랜드 마크..."느림의 종"

매스콤에 자주 등장하는 종으로,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너나없이 종을 치고 지나간다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소리가 예전에 시골 초등학교에서 울리던 학교종이 "땡땡땡" 을 연상시킨다.....

 

 

쓰고 버린 팻트병으로 아름다운 조형물을 만들어 두었다(사진 위)

청산도의 가로등은 바다와 갈매기의 형상으로 도시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사진 아래)

 

 

 

느림의 미학을 가장 잘 표현한 달팽이의 모습

거북이가 느린줄 알았는데....청산도에 와본 후에 달팽이가 더 느리다는걸 알았다

가고싶은 섬, 슬로우 시티, 남해안의 작은 섬 "청산도" 한번 다녀가실것을 권해 드립니다

 

 

 

출발지였던 도청항에 도착하였다

12;00 정각에 일행과 함께 도청마을 읍리큰재에서 시작된 산행이 오후 4;00에 드디어 끝을 맺었다

점심식사 시간을 포함하여 장장 4시간을 천천히 걸으며  청산도의 아름다움을 감상하였다.

 

전편에서 이야기한대로 청산도가 제법 큰 섬이다

오늘 우리 일행이 걸었던 길은 청산도의 1/4에 불과하니, 나머지 3/4의 길을 언젠가 걸으리라 다짐해 본다

 

이것으로 청산도 여행기를 마친다.....

청산도는 슬로우 길이라 불리는 트래킹 코스가 개발되어 있다.

돌담으로 쌓여진 옛 마을길도 걷고 오늘처럼 야트막한 산도 오르고,

해안가와 해안 절벽위에 난 마을간 이동 통로인 소로를 따라 걷는 곳이다.

이곳 청산도의 슬로우 길은 주민들의 마을간 이동로로 이용되던 길로서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하여 슬로 길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하며,

이 슬로 길은 전체 11코스로 그 길이가 100리에 달한다고 한다 

 

느리게 걷는 슬로 길이 지닌 풍경과 사람

그리고 이야기가 어우러져 슬로 시티 청산도의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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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뒤로하고 청산도를 떠나간다.

까마득히 멀어지는 청산도 도청항을 바라보니

예전에 고향 거문도에서의 삶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섬에서 태어나서 그곳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으니 사진에서 처럼 연락선을 타고

하얀 물거품을 남기며 눈물속에 멀어지던 그리운 고향이 연상되어 아련한 추억속에 빠져본다

 

청산도가 푸른것은 바다와 푸른 보리밭 때문만은 아닌듯 하다.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민초들의 마음속 구석구석에

이름에서 처럼 푸른마음들을 간직했기에 영롱한 빛을 내고 있는것은 아닐지 잠시 생각해 본다

 

우리들 마음의 고향 청산도(靑山島)....

어쩜 내 고향 거문도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을것 같은 예감에 남다른 감회에 젖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