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어김없이 바뀌어 김장철이 찾아왔다.
올핸 배추값이 저렴하여 농민들은 울쌍이지만 배추를 사서 먹는분들은 한시름 놓은듯 하다.
큰 딸 결혼후, 매년 경산에 살고 계신 사돈댁에게 김치를 얻어 먹었는데
너무 미안해 금년엔 제발 보내지 말라고 심심당부 했더니...올 가을에 손수 키운 고추를 수확해서 보내며
"금년엔 김장을 해서 보내지 않을테니, 고추를 잘 보관 하셨다가 김치를 직접 담아 드세요?"라고 하니 약간 위안이 되었다.
(경산의 사돈댁에서 절인 배추가 2 Box를 소포로 보내주셨다, 아내가 확인해 보니....20여 포기쯤 된다고 한다)
그런데 왠걸...3일전에 경산 사돈댁에게서 전화가 왔다
금년엔 김치를 보내지 않고 경산에서 손수 절인 배추를 보낼테니 김치를 담아드시라고 한다....
그러니까.....이렇게 하시려고 금년 가을에 예쁘게 말린 고추를 보내주셨던가 보다
금년 배추값이야 몇푼되지 않지만, 소금에 배추를 절여서 물기를 빼고 박스에 담아서 소포로 붙인다는게 말 처럼 쉽지않으니,
절인 배추를 보내는게 김치를 얻어 먹는것이나 진배 없으니, 어렵다는 사돈에게 볼 면목이 없는것은 마찬가지다.
경산에서 소금에 절여서 물기를 뺀채로 보낸 배추를 박스안에서 꺼낸 모습
여름내내 땀 흘리며 가꾼 배추를 금년에도 이렇게 보내주셨는데....아내와 난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절인 배추만 보내신줄 알았더니...
소포속엔 "절인깻잎"과,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호두" 그리고 "고추튀각"을 만들어서 함께 보내주셨다.
사실은 별게 아닌듯 하지만...이게 손이 얼마나 많이 가는 물건들인가...우린 이분들에게 뭐 하나 변변찮게 보낸게 없는데....
3일전에 절인 배추가 도착한다고 하여 아내가 준비한 양념(사진위)
양념중 가장 비중이 높은 고추와 참께는 경산 사돈댁에서 받은 것이고
짭짜름한 맛을 내는 젓갈은 거문도 누님에게서 받은것이니...우리가 준비한 것은
고작해야 생강, 배, 양파, 마늘, 미나리, 무 등이니....결코 쉽지않다는 김장을 거져하는 기분이다.
김장하는 날엔 빠지지 않는다는 돼지보쌈을 먹기위해 마트에서 돼지 오겹살도 구입하여 함께 준비하였다.
절인 배추 20포기를 아내가 정성들여 김장하고 있다
매년 김치를 얻어 먹다가 이렇게 김치를 담을수 있다는게 그래도 좋은가 보다
오랫만에 김장을 하였는데...김장하는 법은 잊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맛을 어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아래 김치는 몇일전 여수 동창회에 가서 구입한 돌산 갓을 오늘 준비한 양념에 버무려 갓 김치를 담았다.
여수로 출발하기전에 돌산 갓을 구한다고 여수에 사는 조카(누님 딸)에게 전화했더니 미리 돌산 갓을 구해주면서
"삼촌...돌산 갓 김치는 멸치젓갈에 따라 그 맛이 좌우되니 김치 담으실때 함께 버무르세요?"하며 젓갈을 주더니....
"조카님......돌산 갓 구해주고, 맛있는 멸치젓갈 주더니...갓 김치맛이 너무너무 맛있구나, 연희야 고맙다...."
김장을 했기에 저녁식사 대신 아내와 함께 이렇게 상을 차려 먹었다.
오늘 새로 담은 김치에 바다의 우유라는 굴(석화)을 얹었으니, 바다내음이 물씬 풍겼으며,
톡 쏘는 갓 김치의 독특한 맛은 일반 김치에서 느낄수 없는 맛이였으며 잘 읶은 돼지고기와 함께 싸먹은 맛은 일품이였다.
특히 고향에서 "누님이 보내주신 거문도 고동"과 함께, 달콤한 매실주 한잔의 맛은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는듯 하다.
(매실 주(酒).....사실은 매실도 금년봄에 경산에서 직접 따서 보내준것으로 집에서 매실주로 만들었던 것이다)
오늘 배추 김치와 돌산 갓 김치를 함께 담았다.
김치 국물이 사진속에 보이지 않은게 아쉽기는 하지만...위 김치통으로 일곱개를 채우니 갑자기 부자가 된듯 하다.
사실은 아내와 함께 단출한 생활을 하니 생각보다는 김치를 많이 먹지 않으니 가까운 마트에서 사 먹을까 했지만
요즘 시중에 나와 있는 배추와 양념용 고추 그리고 그외 제품들이 중국산으로 믿을 수 없어 망설여 지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순수한 국내산 배추와 양념으로 김장을 하였으니....금년 겨울 반찬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뜻 하다
경산에 계시는 사돈은 조그마한 농장을 운영하시면서 근처 텃밭 공터에 소일거리로 농사 지어
주위분들에게 농산물을 아낌없이 보내 주시니...어느 가을엔 늙은 호박을 보내주셔서 호박죽을 끓여 먹었고
봄철엔 매실을 수확하셔서 보내주시니 매실주와 매실액을 만들어 1년내내 매실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해주셨으며,
또 어느땐 농장에서 수확한 복숭아도 보내주셨으니...우린 그냥 두꺼비가 파리 잡아 먹드시 낼름 받아만 먹는 신세다.
제가 사돈 자랑을 너무 많이 해서 귀에 거슬린다구요?.......아이구 정말 미안합니다....
친척이 아닌 남이라도 서로가 이웃으로 가까이 지내면 여러모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는데...
하물며 사돈인데...너무 가까워도 않되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해도 좋지 않다는 사돈지간....우린 사돈과 이렇게 가까이 지냅니다
올핸 김장하셔서 가까운 이웃이나 사돈과 함께 나누어 드시길 부탁드리며, 김장이야기 마치겠습니다....감사합니다.
'나의 이야기 > 삶의 흔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 34주년을 맞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0) | 2012.02.29 |
---|---|
부산 화명동엔 12월에도 고운 단풍을 볼수 있다. (0) | 2011.12.05 |
초등학교 동창회 송년모임 - 전남 여수에서... (0) | 2011.11.28 |
소설 "가치 있게 나이 드는 법"을 읽다. (0) | 2011.11.21 |
가을이 물든 부산 화명강변공원에서..... (0) | 2011.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