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삶의 흔적들

결혼 34주년을 맞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by 삼도갈매기 2012. 2. 29.

 

 

 

 

결혼 34주년을 맞이하여

부산시 사상구 삼락동의 "초원농원"에서 조촐하게 아내와 쐬주 한잔 하였다.

 

 

 

 

이곳에서 서빙하는 아가씨에게 전후사정을 이야기한 후에 사진 한장 부탁했더니 

"축하합니다, 35주년인 내년에 예매하시고 오시면 케익과 꽃다발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한다. 

 

 

 

 

 

 

 

 

 

사랑하는 윤경씨......

 

1978년 2월 26일....당신과  혼인했던 날이요...

지금으로부터 34년전 오늘...친구들과 양가 일가친척을 모시고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은 그날까지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함께 살자고 굳게 맹세했던 날이요.

닳고닳은 떡거머리 20대 후반 총각이 부끄러움에 고개 들지 못하던 순진한 20대 초반인 당신을 만났으니,

그 시절에 당신은 참으로 수줍어 했었는데....세파에 찌들려 살다보니 지금은 되래 무섭기까지 하니....ㅋ 

 

이제 겨우 10년쯤 지난것 같은데 강산이 3번 바뀌고 48개월이나 흘렀으니 무슨 세월이 그렇게 빨리 흘렀는지...

그 세월 뒤돌아보니 큰 굴곡도 없이 심성고운 당신 덕분에 12,410일(日)을 탈없이 잘살아 왔으니 고마울뿐이요

일요일밤 KBS - 2TV "캐그콘서트"에 보면 개그맨 세명이 나와 몸을 흔들면서 하는 소리로.....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당신 덕분에 ~ 미꾸라지가 ~ 이무기가 되었으니 감사합니다"~~~~~ㅋㅋㅋ

 

우리가 항상 곁에있는 공기에 대해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것 처럼

언제나 공기처럼 변함없이 내곁을 지켜주는 당신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온듯하여 한편으론 미안한 생각도 드는구려

올곧게 앞만보고 살아 오면서 우리 함께 이루고 싶었든 꿈도 명예도 부유함도 하나도 당신께 앉겨드리지 못했으니

결혼초에 약속했던 입에 발린 달콤한 언약들이 대한민국 구케의원들 공약(空約)처럼 되어 먼 기억속으로 사라져버렸구려... 

아마도 내가 그 양반들을 닮은 건지, 아님 그분들이 뻥치는 날 닮은건지....쥐 구멍이라도 있음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요.

 

그 세월 뒤돌아 보니 가장 기억나는게, 8만원 첫 월급 타와서 당신께 보여줄때, 이찌 그리 창피하던지?

허나 쥐꼬리만한 월급을 쪼개고 쪼개서 아이들 가르치고 적금 부어 가면서 내집 마련했던 눈물겨운 기억들이

무성영화 필름처럼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는데....아마도 이 영화는 오래오래 당신과 나 기억속에 남아 있을것 같구려

잦은 발령 때문에 대전으로 삼천포로 그리고 갈매기도 쉬어간다는 통영의 작은 섬 "소매물도"까지 이사를 다녔으니...

긴세월 뒤돌아 보면 내자신의 무능함에 고개를 들 수 없으니....그래도 군말없이 잘 참아준 당신께 감사를 드린다오

 

그렇게 힘들게 살았어도 우리에겐 남는게 하나 있으니....그게 바로 곱게 자라준 아이들이 있지않소?

그 흔한 과외공부 한번 시킨적 없어도 열심히 공부하여 주위에 부러움을 사면서 우리를 기쁘게 해주었으며

스물아홉되던 해(年) 큰녀석이 결혼하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손녀까지 낳아서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지않소?

몇일전 그 손녀와 영상으로 통화하면서 당신 얼마나 흐믓하고 기뻐하지 않았소..."보고 있어도 보고싶다"고 말이요

행복이 무엇이겠오...소소하지만 그런게 행복이지 않겠오?....이제 몇해 지나면 작은 녀석도 짝을 찾아 훨훨 날아갈것이오

평소에 당신이 잘 가르쳐 그녀석도 행복하게 잘 살것이니 그만하면 우리도 이 세상에 온 보람이 있는것 아니겠소?

어떤 가수가 불러 힛트한 노랫가사 처럼 "옷 한벌 건진 것" 보다는 그래도 이만하면 우린 횡재한것 아니겠소?.....ㅋ

 

당신이 나에게 늘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 있잖오?(이름하여 "말고 타령")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서 술 많이 마시지 말고, 팔불출 처럼(아내와 아이들) 자랑 말고, 건강한척 뻥치지 말고,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체 하지 말고, 날파리 눈꼽만큼의 상식이 있다고 길게 이야기 하지 말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를 들었으니 오늘 이야기도 씰때없이 길게 이바구하지 않겠소.

사실은 글 쓰는 재주도 없고, 그렇다고 이 나이에 짜드리 할말도 별로 없으니.....걱정 붙들어 매슈?.....ㅎ 

 

끝으로...

긴 세월 한결같이 나를 믿고 따라와 주었고, 아이들을 위하고 또 나를 위한 그 마음에 다시한번 감사를 드리며

콧구녘으로 숨쉬는 그날까지 우리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살아봅시다.

 

윤경씨......귀 좀 가까히 대보이소

"마님, 사랑합니데이, 이 돌쇠 죽는날까지 마님을 정성껏 모시겠으니 다음번 이사갈때 버리고 가지 마이소? ~~~~ㅋㅋ"

 

 

-  당신의 동반자 "돌쐬"가  -